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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변하는 구름처럼

“오 보아라, 구름이 다시금 흘러간다. 잊어버린 아름다운 노래의 조용한 멜로디처럼 파란 하늘 저 멀리! 그 누구도 구름을 모르리. 오랜 여행길에서 모든 방랑의 고통과 기쁨을 알지 못한 사람은.” 헤르만 헤세의 구름이라는 시의 일부이다.

비구름을 온 마을 사람들이 기다렸던 기억이 있다. 어려서 살던 산골 마을영춘에는 연못이 둘 있었다. 가뭄에 연못 물이 말라 조그만 웅덩이가 되고, 아이들은 손으로 더듬어 붕어를 잡았다. 개천도 논바닥도 마르고, 벼는 누렇게 말라갔다.

어른들은 기우제를 지내고 비구름을 기다렸다. 드디어 천둥 번개와 더불어 비가 내렸다. 누렇게 말라가던 숲에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에 흠뻑 젖은 농부는 신나서 삽을 들고 논두렁에 섰고, 실개천은 다시 졸졸 흐르고, 연못과 우물엔 물이 고이고, 강물이 불어났다. 구름이 비가 되고 비는 도랑물을 불리고, 도랑물은 연못도 강물도 불렸다.

방 안 공기 중에 기체로 변한 물, 습도를 올리기 위해 지난해 겨울에도 가습기를 만들어 침실에 두었다. 가습기의 물이 증발하여 매일 한 컵씩 물을 부어주어야 했다. 공기 습도가 높아야 호흡기관이 마르지 않고, 감기 균이 젖은 침 때문에 세포에 닿지 못해 세포 침입 기회를 줄여 감기를 예방하기 위해서였다.



물은 강물같이 액체였다가 공기 중 습도나 구름 같은 기체였다가 얼음 빙판처럼 고체로 변한다. 물이 얼음이 아닌 고체, 생물의 몸으로도 변한다.

가시면류관이라는 꽃나무가 내 책상 가에서 벌써 4년 동안 자랐다. 친구분이 선물로 주었을 때는 줄기가 10센티에 작은 주걱 같은 잎사귀가 4개에 꽃이 두 개였다. 지금은 키가 90센티, 잎사귀가 50개, 작은 꽃이 30 송이쯤 피었다. 꽃나무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빨간 꽃을 보인다.

그동안 자라난 가시면류관의 줄기, 잎, 꽃은 매일 준 물이 원료 중의 하나였다. <물(h2o) + 이산화탄소(co2) 태양열="탄수화물(C6H12O6)" 산소(6o2)> 이렇게 과학은 설명하고, 초록 식물들은 물을 원료로 자라고, 자란 식물은 동물의 먹이가 되어, 지상의 먹이사슬을 가능하게 한다.

파란 하늘에 일직선의 구름이 보인다. 자세히 구름을 보니 하늘 높이 뜬 비행기가 보이고 비행기 뒤로 비행운이 하늘에 일직선 구름을 만든다. 자동차 액체 연료가 연소하여 배기가스가 되어 나올 때 공기가 차가운 겨울에만 뿌연 김이 보이듯, 비행기 액체 연료가 물과 이산화탄소로 변해 배기 통을 나올 때 상공의 기온이 차가워 만드는 비행운이다. <연료 + 산소="에너지" 물 이산화탄소> 광합성의 역과정으로 연소 과정을 과학은 설명한다.

겨울 지붕 위로 솟은 굴뚝에서 피어나는 흰 연기, 추울 때 말하는 앞사람의 입김, 달리는 말의 코에서 뿜어져 나오는 뽀얀 콧김, 화장장 굴뚝 위로솟아오르는 뿌연 기체, 겨울 농가의 마당 가에 쌓아 놓은 퇴비 더미에서피어오르는 뽀얀 김은 모두 광합성의 역과정의 결과도 한몫한다. 동물들은 세포 호흡과정에서 영양분을 태워 에너지를 얻을 때 물과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나는 떠다니는 구름처럼 항상 자유로운 영혼을 꿈꿉니다.’

세계의 많은 사람사랑받는 노래 넬라판타지아의 후렴이다. 구름은 수시로 모양도 변하고, 정처없이 떠돌고, 비나 눈이었다가 식물이나 동물의 몸의 일부였다가 다시 구름으로 변하기도 한다.

내가 먹은 음식들이나, 내 몸을 만든 물도 내 몸이기 전에 아득한 오랜 세월 동안 떠돌던 구름이었고, 내가 죽은 후엔 다시 변하는 구름에 섞여 정처없이 영원히 떠돌 것이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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