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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몽상] 미국영화 ‘미나리’의 한국노래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는 혼성 듀엣 라나에로스포가 1970년대 초 부른 ‘사랑해’다. 요즘 젊은 세대는 가수 이름부터 낯설겠지만, 중장년 이상이라면 노랫말을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낯익은 노래다.

이 노래가 다음 주 개봉하는 ‘미나리’에 잠시 흘러나온다. 주인공인 한국계 이민자 제이콥(스티븐 연)-모니카(한예리) 부부네 TV화면을 통해서다. 과거 교포들이 많이 그랬듯, 이 집도 한국 TV프로그램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틀어놓은 모양이다. 정작 부부의 일상은 이런 데 눈길 줄 여유가 없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로 일해온 제이콥은 농장을 일구겠단 꿈을 품고 가족을 이끌고 아칸소에 이사 온 참이다. 이런 남편의 꿈이 모니카는 내심 불안하다. 집 주변은 한인교회는커녕 다른 민가 한 채 안 보이는 적막한 곳이다. 어린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심장이 안 좋은데, 가장 가까운 병원이 차로 한 시간이나 걸린다.

급기야 목청 높여 부부싸움이 벌어진다. 영화는 부모의 언쟁을 구구절절 옮기지 않는다. 그 소음을 배경으로 어린 누나 앤(노엘 케이트 조)이 동생 데이빗과 종이비행기를 접어 ‘Don’t Fight(싸우지 마세요)‘라고 적는 모습을 보여준다. 부부의 갈등은 손주들을 봐주러 한국에서 외할머니 순자(윤여정)가 오면서 좀 누그러진다. 순자가 하는 말을 듣자니, 딸 부부가 한국에서 노래를 시키면 단골로 부르던 곡이 ‘사랑해’였단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그렇듯, ‘사랑해’가 모든 난관과 시련을 없애주는 마법의 단어는 아니다.

‘미나리’에는 노래만 아니라 한국적인 소품과 묘사가 여럿 나온다. 이런 디테일은 가족의 정체성을 자연스레 드러내지만, 영화의 전개는 회고나 향수로 흘러가지 않는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교포 2세 리 아이작 정(한국이름 정이삭) 감독의 각본과 연출은 온전히 “지금, 여기’, 즉 80년대 미국 아칸소에서 서로를 돌보며 꿈을 이루려는 가족의 이야기를 군더더기 없이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한국적인 것 못지않게 미국적인 영화, 이민자의 시선에서 그린 이민자의 이야기란 점에서 ‘미나리’는 한국 관객에게도 분명 신선한 경험이 될 영화다.



“늘 한결같은 밤/ 속삭이는 마음/ 어우러지네/ 작은 발자욱 위로/ 한 방울씩 또/비가 내리네….” 영화의 마지막에는 한예리가 우리말로 부르는 노래가 흘러 나온다. 음악감독 에밀 모세리가 만든 ‘레인 송’이다. 자장가처럼 나직하고 소박한 노래가 앞서 폭풍 같은 사건을 겪은 주인공 가족을, 그들을 지켜본 관객의 마음을 살포시 어루만지는 것 같다. ‘미나리’는 아카데미 주제가상·음악상 등 2개 부문 예비 후보에 올랐다.


이후남 / 한국 문화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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