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서비스 도입, 이민자 사회와 협력해야”
최대 다문화 커뮤니티 귀넷
한국어 서비스 공감대 형성
“한국어만” 주장 부담될 수도
#둘루스에 사는 소피아 최(40) 씨는 지난주 귀넷·뉴튼·락데일 카운티 보건부 웹사이트를 방문했다가 한참을 헤맸다고 토로했다. ‘2월 20일까지 모든 예약이 완료됐다’는 영어 문장이 ‘약속은 2월 20일 토요일에 완전히 예약됩니다’라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최 씨는 “보건부 웹사이트가 한국어 버전으로 제공된다는 소식에 부모님께서 직접 예약하려고 접속했다가 번역기를 돌린 수준이라 오히려 정보가 혼동됐다”면서 “정보 오류가 발생할 수 있으니 이왕 한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거면 보다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전문가가 확인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조지아 최대 다문화 커뮤니티인 귀넷 카운티가 최근 유권자용 선거 안내 자료와 샘플 투표용지에 한국어, 베트남, 중국어 등 아시안 언어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인들 사이에서는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어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귀넷 카운티는 주요 공공 서비스를 영어와 스페인어로 제공하고 있으며 운전면허서비스국(DDS) 등 일부 기관이 한국어 키오스크 등을 운영한다.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센터(AAAJ)의 제임스 우 디렉터는 “다양한 언어는 소수계의 권리를 옹호하는 기관과 단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라며 “공평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시민이 법적 권리를 누리고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어·중국어·베트남어 등으로 선거 안내자료를 제작하는 것은 투표 권리 법안(Voting Right Act)에 근거해 추진하는 것으로 이런 맥락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일부 한인들은 서명 운동을 전개하고 카운티 관계자를 직접 만나 한국어 샘플 투표용지 채택을 청원했다. 지난해 조지아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한인 조태호 씨를 비롯 박상수 씨, 심만수 씨, 윤정호 씨, 브라이언 김 씨 등 4명은 지난 23일 귀넷 카운티 커미셔너 회의에 참석해 한국어 샘플 투표용지의 필요성을 알렸다.
전문가들은 한국어 서비스만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다른 커뮤니티와의 협력을 통해 다양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게 실효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귀넷 카운티 지역사회 연계협력부의 박사라 지역사회 연계 담당관은 “영어를 구사하는 시민도 투표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유권자에게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보다 쉽게 투표할 수 있도록 정책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예산 투입에 따른 숫자(투표 참여율) 증가가 나타나야 하는데, 한국어, 중국어, 베트남어가 함께 논의 되어서 유권자로서 우리(한인)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면서 “지역사회 차원에서 이민자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을 갖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어 “선거 정보 제공을 시작으로 보건 복지, 시니어 서비스 분야 등에서도 왜 다양한 언어가 필요한지 어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우 디렉터는 “장기적으로,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일은 한인의 힘으로만 이루기 어렵다”면서 “다른 커뮤니티와 함께 협업해서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전했다.
배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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