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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의식의 강

평소에 인간의 정신과 뇌의 관계 그리고 의식생성의 기전(mechanism)에 많은 관심과 호기심을 갖던 중에 서점에서 ‘의식의 강(The River of Consciousness by Oliver Sacks)’을 발견하고 뛸 듯이 기뻤다. 막상 책을 사 속독과 정독으로 두 번을 읽고 나도 정작 내가 찾는 답을 얻지는 못했다.

운동과 생각의 원활한 흐름에 필수적인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있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시냅스에 대한 기능변화와 구조변화에 의존하며 기억과 학습에 관한 이온 채널과 신경전달 물질의 연구에 몰두했지만 정작 나의 오랜 갈증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이런 와중에 어제는 아주 진중한 경험을 했다. 환자 J는 임종 20분 전까지 의식이 있었다. 환자와 가족은 생명보호 장치를 떼 줄 것을 원했고 서명했다. 오전 중에 환자는 의식이 또렷하여 요구가 많았고 임종이 임박하기에 가족의 방문을 허락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가족의 방문이 금지되어 있지만, 임종 시에만 허락됨) 가족에 연락하니 오지 않겠다고 한다. 차마 지켜볼 수가 없단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결국 호흡기를 뗐다. 그녀는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통증이나 호흡곤란이 있느냐고 물으니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편히 쉬라며 두 손을 꼭 잡아주었다. 산소포화도가 급속하게 떨어지면서 붙잡고 있던 손이 풀어졌다. 몸을 흔들어본다. 반응이 없다. 의식이 없다. 죽음이 천천히 그녀를 물들이고 적시고 감싼다. 그녀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관통하며 지나가는 그 느낌이 나를 침투한다. 내 몸이 공명통이다. 호흡 소리가 커지면서 거칠어지고 표정이 일그러지며 고통스럽다. 모르핀 2mg을 정맥으로 주사한다. 호흡이 차분해지더니 정지된다. 심장박동이 멈춘다. 의사가 사망 시간을 공포한다.

방금 의식이 떠난 육신이 내 앞에 놓여있다. 그 육신은 하얗다 못해 푸르스름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내 의식에 각인된다. ‘쓸쓸’ ‘외로움’ ‘허무’라는 단어가 나를 휘어 감더니 집어삼킨다. 생의 완성을 위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한 인간의 죽음의 현장에 지금 나는 서 있는 것이다. 지금 그녀를 막 떠난 그녀의 의식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각자의 선택이 아닐까.



의식은 인간을 이루는 본질이다. 의식은 강물처럼 나를 휩쓸어간다. 내가 의식이고 곧 의식의 강이다. 의식은 늘 능동적이고 선택적이기 때문에 의식은 나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나의 지각력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모든 감정과 의미는 나 자신만의 유일한 것이 된다. 나만의 정체성과 개성이 된다. 의식이 능동적임을 배운 이상 이제 우리는 무엇을 사유하는가보다 어떻게 감각하는가가 훨씬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죽은 감각과 살아있는 감각을 분별하는 것은 예술가와 문학인의 자질이고 본질이다.

의식의 꽃은 예술이고 예술의 꽃은 시가 아닐까 스스로 위로한다. 최소의 단어로 가슴을 꽉 채우고 울리는 그런 시 말이다! 시는 시적인 것의 감각이다. 그러나 감각만으로는 부족하다. 감각으로 사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감각이 원초적인 것에만 머물러 있으면 진전이 없다. 민감한 차이에 대한 감각을 사유를 통해 기르는 노력이 시를 탄탄하게 해준다. 바로 오늘이 나머지 내 삶의 첫날이기에 열심히 살고, 사랑하고, 웃고, 배우며 살리라고 다짐한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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