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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천천히 서두르는 인생

“인생은 생방송이다”라는 그럴듯한 말이 있다.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는 말도 있다.

오늘날 우리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거의 대부분이 선택과 편집이라는 과정을 거쳐, 선택된 사실만을 우리에게 전해준다. 신문이나 방송이나 다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언론이 보여주는 것이 곧 진실은 아닌 경우도 많다는 이야기다.

특히 TV방송은 아주 특별한 뉴스나 스포츠경기 중계가 아니고는 생방송이 아니다. 미리 녹화를 해서, 편집과정에서 보여주고 싶은 멋진 장면,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어떤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에게 유리한 내용 같은 것만을 골라서 보여준다. 유감스럽게도 그 선택의 기준은 정의, 진실, 진리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넋 놓고 빠져드는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다.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잘못 됐으면 마음에 들 때까지 몇 번이고 다시 찍어서 그 중 가장 좋은 것을 고른다. 그러니까 우리가 보면서 감탄하는 것은 ‘최고 장면 모음’인 것이다. 물론 녹화 전에 연습도 한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잘못 되었다고 세월을 되돌려 다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든다고 물릴 수도 없다. 단 한 번뿐이다. 그야말로 생방송이다.

나도 한 동안 라디오에서 생방송을 진행해봐서 조금은 아는데, 생방송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라디오 방송에서는 단 몇 초의 공백도 용납되지 않는다.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마음먹은 대로 진행이 되지 않으면 진땀이 흐른다. 더구나 초대한 이야기 손님이 있을 때는 한층 더 힘들다. 모르긴 해도 TV 생방송은 몇 배는 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이 같은 생방송이다. 그러니까, 인생의 매 순간을 충실하고 정성스럽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이다.

더구나 인생에는 연습이 없다. 연습 없이 태어나 자라서, 연습 없이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연습 없이 아이가 태어나고, 느닷없이 몸이 아프기도 하고, 아무런 준비도 연습도 없이 죽고…. 그렇게 모든 것이 첫 경험이다. 물론 간접 경험이나 학습을 통한 연습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닥치는 것은 처음이다.

연습을 한다고 결과가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결혼생활 경험이 풍부한 재혼부부가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공부 많이 한 박사들이 꼭 행복한 것도 아니다. 항상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둘째 아이 낳기가 첫째 때보다 한결 수월한 것은 그저 익숙해졌기 때문이지, 새 생명의 탄생이라는 거룩한 긴장감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인생을 생방송처럼 팽팽하게 긴장한 상태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적당한 순간에 휘어질 줄고 알아야지, 그러지 못하고 꺾어져버리면 제 목숨을 제대로 못 누리게 된다.

그런 까닭에 실수를 너그럽게 용납하는 여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때로는 넘어지기도 하고, 자빠진 김에 쉬어가기도 하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특히 나이 들어서는 느긋하게 살아야 한다. ‘천천히 서두르라(Festina Lente)’라는 라틴어 속담을 명심하며 사는 것이 현명하다.

그래서 ‘인생은 생방송’이라는 말도 생방송이기는 한데 ‘실수가 허용되는 생방송’ 정도로 살짝 양보하는 편이 속 편하겠다. 물론 방점은 생방송에 찍어야겠지만….


장소현 / 극작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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