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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벼랑 끝 내몰린 SK이노베이션…타개책은?

SK이노베이션이 벼랑 끝에 내몰렸다.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벌여온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조 원대의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는 것은 물론, 황금알을 낳는 미래시장마저 놓칠 절체절명의 위기다.

무엇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 제한적 유예조치로 최악의 위기는 면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시장에서 활동할 수 없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한국기업 간 특허분쟁 사태를 바라보는 미주 한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이 회사가 약 3조원을 투자, 조지아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에서 한국기업들의 선전은 곧 미주 한인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샘스나 코스트코 매장에서 삼성과 LG가 만든 가전들이 맨 앞쪽에 진열된 걸 보면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국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일자리 창출 등 경제효과로 주류사회의 관심도 대단하다. 따라서 각 주간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과 관련,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 제조업에 대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옥동자를 생산하기 위한 산고일까? 돌이켜 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K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 건설이다. 그렇다고 인제 와서 유산시키기도 어렵다. 출산일이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난산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산모가 위태로울 수 있다. 미국 정계, 재계와 두루 관계를 맺고 있는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은 “SK의 배터리 공장건설이 무산되면 조지아 경제는 물론 미주 한인 사회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SK가 피해와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묘수는 무엇일까?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마지막 희망이자 최상의 시나리오이나, 가능성은 극히 낮다. 최근 10년간 600여 건의 ITC 소송 가운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단 한 건이다. 지난 2013년 삼성전자가 애플에 제기한 특허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지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애플의 손을 들어주었다.

바이든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SK는 연방 고등법원에 항소할 수 있으나, 최종심이 끝나는 1년여 동안 수입금지로 인한 손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야 한다.

이에 따라 두 회사가 조만간 합의에 나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전망이다.

큰 타격이 예상되는 SK는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LG도 법률 비용 등을 감안하면 ITC 결정을 지렛대로 삼아 빠른 시일 내에 합의하는 것이 내심 좋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합의금이다. 지난 2년 동안 LG와 SK는 각각 최대 3조 원, 최대 5000억 원 선을 제시해 평행선을 그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 회사끼리 특허를 둘러싼 이전투구를 하는 와중에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R&D와 생산설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무서운 속도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국과 중국이 치열한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다. 결국 LG와 SK 간 싸움은 내부 소모전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많다.

경쟁업체인 삼성SDI의 행보도 신경이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선 LG가 앞서가는 가운데 삼성과 SK가 치열한 순위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에 양측은 협상에 대한 ‘진정성’을 내세우며 물밑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시각차가 크다. 결국 기업 총수들의 결단만이 이 사태를 종결하는 키가 될 수 있다.

최태원 SK 회장과 구광모 LG 회장이 막판 협상 테이블에 등판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다음 달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을 앞두고 있어 적극적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작게는 한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크게는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을 위해서 이 분쟁이 원만하게 해결되어 모두가 ‘윈-윈’하기를 기대한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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