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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미인의 아파트

오늘의 나를 동경했던 어제의 내가 있는 곳으로 떠나 봅니다. 지도를 열어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다 보면 미인의 청아한 말소리가 들립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는데 이만큼이 걸렸어 어릴적 살던 아파트 아래 작은 쇼핑몰에는 고모가 하는 스시 레스토랑이 있었는데 장어랑 연어를 자주 먹은 덕분에 내가 건강한가 봐. 미인의 아련한 목소리에 눈이 감길 즈음 나는 느린 기억 속으로 걸어가 고모의 가게에서 스시를 만들고, 미인이 살던 아파트에서 함께 눕고, 매일 쌓이는 슬픈 단어를 버렸습니다.

슬픈 단어가 감당할 수 없이 빨리 쌓이는 날이 있었는데 처음으로 내가 미인에게 화를 낸 날이 아마 그날이었지. 나를 향한 뜬금없는 고백에 어제의 나는 미인의 차가운 손을 조용히 감싸 쥡니다. 나는 손이 차가운 편인데 미인의 손이 더 차가워서 정말 다행이었어. 나의 벼린 눈빛을 보며 나는 지도를 닫고 슬픈 단어처럼 쓴 커피를 한 문장만큼만 내립니다.


심 영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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