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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겨울 바다로 뛰어들다

한여름 대서양에 풍덩 뛰어드는 일은 생각만 해도 시원하고 유쾌한 일이다. 하지만 2월이라면? 수년 전 영하로 기온이 떨어진 냉혹한 추운 날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람이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롱비치 동네로 모여들었다. ‘Polar Bear Plunge’라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선글라스에 비키니를 입은 젊은 여자, 타올을 두른 노인, 짧은 팬티에 맨발로 걸어가는 청년, 치렁치렁한 긴 머리에 귀걸이와 코걸이를 한 히피, 어린아이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루고 있다.

롱비치의 폴라베어 클럽은 해마다 2월 초가 되면 ‘Polar Bear Plunge’ 행사를 갖는다. 1998년 롱비치 주민이었던 두 청년, 케빈과 피터는 수퍼보울 경기를 기념하기 위해 수퍼보울이 시작되는 2월 첫 번째 일요일, 대서양에 뛰어들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이 단체가 생겨났다. 해를 거듭하면서 커뮤니티에서 불치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아이들을 돕는 단체로 발전하게 되었다.

얼음이 허옇게 터진 겨울 바다에 첨벙첨벙 뛰어드는 수백명의 사람들, ‘Super Cold’, ‘Fantastic’, ‘Wonderful’ 외쳐대는 비명이 온 바다를 뒤흔든다.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서 서로 부둥켜안고 물장구치면서 희뿌연 물보라를 일으키며 터뜨리는 그들의 맑은 웃음소리는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통쾌하게 했다.

뚝뚝 흐르는 물을 타올로 닦으면서 바다에서 나오는 어느 청년은 암으로 고생하는 삼촌을 위해서 해마다 이곳에 온다 했다. 나이도 어려 보이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가 몹시 대견해 보였다. 내 몸 하나 주체하기도 힘들어하는 나는 얼마나 거추장스러운 존재인가 싶었다. 갑자기 한기가 몰려왔다. 옆 카페에서 코코아를 사서 마셨다, 그에게도 사다 주었다. 얼굴 한가득 웃으며 건네받는다. 따스한 마음도 감기처럼 서로 옮겨가는 것일까? 갑자기 주위가 따뜻해지고 환해졌다.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기쁨이 나를 사로잡았다.

보드 워크에서 만났던 어느 중년 여인은 얼음물에 몸을 담그는 그 첫 순간은 마치 피가 거꾸로 솟아오르는 것처럼 괴롭다. 그러나 나왔을 때의 그 황홀함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들떠있었다.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직업 걱정, 렌트 걱정,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동자는 마치 신기한 것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순수했다.

한겨울, 무서운 기세로 달려드는 파도를 향해 몸을 내 던지는 사람들을 바라본 경험이 있는가? 그들의 주저함 없는 단호하고 날쌘 행동은 무척 아름답게 보였다. 두려움, 넘치는 스릴, 도전, 생기 넘치는 환한 표정, 오랫동안 그곳에 그렇게 서 있으면 나도 그들처럼 될 것만 같았다. 모든 위험과 모험을 내포하고 있는 ‘뛰어든다.’라는 단어가 그때처럼 나에게 어필한 적은 없었다.

“바다는 두근두근 열려있다./ 이 대담한 공간/출렁거리는 머나먼 모험/ 떠나도 어디 보통 떠나는 것이랴.” 정현종 시인의 ‘바다’라는 시의 한 부분이다. 대서양 옆의 나의 콘도는 700 스퀘어피트도 안되는 숨 막히는 작은 공간이다. 하지만 추운 겨울에도 수많은 사람이 모여들어 사랑의 축제를 벌이는 이곳은 늘 출렁이는 바다로 넉넉하다.


이춘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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