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토마스 정](10) 필생의 사업은 '우정의 종각' 한국전 기념공원 조성

남기고 싶은 이야기 <제3화> 국군포로에서 아메리칸 드림까지 토마스 정
<10·끝>난 아직도 할 일이 많다

토마스 정 회장은 캘리포니아 출신의 미셀 박 스틸, 영 김 두 연방 하원의원의 든든한 후원자다. 김상진 기자

토마스 정 회장은 캘리포니아 출신의 미셀 박 스틸, 영 김 두 연방 하원의원의 든든한 후원자다. 김상진 기자

토마스 정 회장은 샌피드로의 우정의 종각을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꿈을 꾼다. 현재 우정의 종각에서는 미국독립기념일 기념식이 열리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상진 기자

토마스 정 회장은 샌피드로의 우정의 종각을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으로 조성하는 꿈을 꾼다. 현재 우정의 종각에서는 미국독립기념일 기념식이 열리는 등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상진 기자

이민 이백주년 행사 열리는 꿈 꾸며 추진
고 김영옥 대령 명예훈장 추서 추진됐으면


새해가 되면 나는 미리 ‘세뱃돈’을 챙겨둔다. 한인 정치인들에게 나눠줄 헌금이다. 연초가 돼서 그냥 ‘세뱃돈’이라고 부르는 거지 실제 절을 받거나 하는 경우는 없다.

나는 그 분들이 도움을 요청하기 전 미리 체크를 써준다. 이왕 주는 건데 일찌감치 드려야 요긴하게 쓸 것 같아서다. 솔직히 ‘짜다’는 소릴 많이 듣지만 한인 정치인들에게 만큼은 아끼지 않는다. 개인이 줄 수 있는 최고액, 곧 7500 달러를 수표로 끊어 준다.

돌이켜 보면 지난해 만큼 신나는 해도 없었지 싶다. 11월 선거에서 남가주의 영 김과 미셸 박 스틸 두 분이 동반 당선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문득 지난 2003년 이민백주년의 캐치프레이즈 ‘자랑스런 과거, 약속된 미래’가 떠오른다. 두 분이 ‘자랑스런 과거’를 바탕으로 ‘약속된 미래’를 펼쳐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재선에 이어 3선, 4선….

영 김 의원에겐 사실 빚을 많이 졌다. 에드 로이스 의원 보좌관 시절, 국군포로송환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하원에서 만장일치 통과된 데는 김 의원의 수고가 많았다.

김 의원의 캠페인과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한다. 지난해 선거 막바지에 현직인 ‘백만장자’ 길 시스네로스가 예상을 뒤엎고 물량공세를 퍼부었다. ‘실탄’이 거의 바닥난 김 의원 측에서 긴급 구원 요청이 왔다. 그러나 개인이 줄 수 있는 기부금은 제한돼 있어 나 역시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즉시 지인들을 불러 모았다. 십시일반 돈을 모아 김 의원 측에 전달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다. 김 의원의 당선 소식을 듣고는 얼마나 가슴을 쓸어내렸는지….

미셸 박 스틸 의원은 그릇이 아주 큰 분이다. 언젠가 기금모금 행사에서 “저는 괜찮으니 영 김에게 기부금을 몰아주세요”하는 말을 듣고는 감동을 먹었다. 김 후보에게 기부금이 쏠리면 자기가 챙겨야 할 몫이 그 만큼 줄어들텐데…. 그런데도 자신을 낮추며 희생하는 마음씨에 정말 반했다.

‘그늘이 넓은 나무 밑에는 새들이 모이고, 가슴이 넓은 사람 밑에는 사람이 모인다’는 옛말이 하나도 그르지 않다. 단언컨대 두 의원은 ‘가슴이 넓은’ 분들이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두 분이 제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의 영웅 김영옥 대령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가 참전했던 프랑스와 한국 등 국가들에선 모두 최고 무공훈장을 받았는데 정작 자신의 조국인 미국에선 홀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두 의원이 앞장서 ‘명예훈장(Medal of Honor)’ 추서 캠페인을 벌여줬으면 더는 바랄 게 없겠다.

또다른 한국전의 영웅을 위해 할 일이 남아 있다. 올 상반기 중 LA한인타운 인근의 맥아더 파크에 한국전 기념 벽화를 제작하고 주변 환경미화에 힘을 쏟을 생각이다. 적잖은 경비가 들어갈테지만 자비로 충당할 생각이다.

벽화는 동상 뒷편에 세워진다.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한 기념비적인 장면들을 담는다. 이미 ‘독도화가’ 권용섭 화백에게 벽화제작을 위촉한 상태다. 시정부도 흔쾌히 승인해줘 걸림돌은 없다. 당초 지난해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 70주년을 맞아 계획한 것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미뤄졌다.

맥아더 파크의 동상을 인천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전혀 관련이 없다. 필리핀(레이테) 상륙작전을 기념하기 위해 필리핀계 주민들이 성금을 모아 동상을 만들었다.

공원이름은 원래 ‘웨스트레이크 파크’였으나 태평양 전쟁 때 ‘맥아더 파크’로 바꿨다. 암울했던 그 당시 ‘그래도 맥아더가 우릴 구해주겠지’하는 미국인들의 염원을 담아 전국의 많은 공원, 학교, 공항, 거리 이름들이 맥아더로 바뀌었다고 한다.

내겐 필생의 사업이 하나 있다. 샌피드로 ‘우정의 종각’ 인근 부지에 한국전참전 16개국 기념공원(가칭)을 세우는 일이다. 연방정부 소유여서 허가를 받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참전국 마다 별도의 기념관을 만들어 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한편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는 교훈을 후대에 심어줄 작정이다.

프로젝트의 테마는 전쟁이 아닌 평화와 번영으로 잡았다.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참전 덕분에 대한민국은 지금 평화와 번영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세계 10위권 경제강국의 지위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샌피드로엔 ‘흥남철수’의 주역 빅토리호(Meredith Victory)도 전시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부모도 이 배를 타고 자유의 땅에 안착할 수 있었다. 1만5000톤에 불과한 화물선이 7000명이 넘는 피란민들을 태워 세계전쟁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남겼다.

나는 지금도 레너드 라루 선장의 회고에서 삶의 영감을 얻는다. “어떻게 이 작은 배가 그 많은 사람들을, 그 위험한 항해에서 한 사람도 잃지 않고 구조할 수 있었는지…. 그해 성탄절, 나는 하느님의 손길이 우리 배의 키를 잡고 계셨다고 믿는다.” 라루 선장은 은퇴 후 수도원에 들어가 전쟁에 쓰러진 영혼들을 위해 여생을 바쳤다.

이외도 종각 인근엔 ‘맥아더 기지(Fort MacArthur)’도 있어 이 일대를 한 묶음으로 연결하면 LA의 유명 관광명소로 부상할 가능성도 크다. 한인커뮤니티의 ‘억만장자’ 한 분께 이 프로젝트를 설명하며 함께 종잣돈을 마련해 성사시키자고 제안해 놓은 상태다.

오렌지카운티 웨스트민스터의 ‘리틀 사이공’에도 베트남전 참전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미군과 베트남(월남) 병사들이 손을 맞잡고 있는 동상이 먼저 눈길을 끈다. 150만 달러가 들었는데 모두 모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공원을 둘러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나는 가끔 꿈을 꾼다. 2103년의 미주이민 이백주년 기념식이 샌피드로의 한국전 참전기념 공원에서 열리는 그런 꿈이다.

1903년 하와이의 사탕수수밭, 2003년의 로즈 퍼레이드 꽃차, 2103년의 16개참전국 대표가 모두 참가하는 평화와 번영의 축제. 그런 꿈을 가져본다. 우리가 얼마나 치열하게 2000년대를 살았는지 백년후 후손들이 알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변변치 않은 삶을 살아온 저의 글을 읽어주신 중앙일보 독자님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한다.


박용필 전 논설고문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