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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급여보호프로그램' 엿장수 맘대로

"형님 상의할 게 있는데 차나 한 잔 하시죠."

한국에서 경제 부처, 금융 당국은 물론 법원과 검찰, 경찰을 취재할 때 자주 쓴 대사다. 비밀이 많은 곳이지만 장·차관부터 위원장, 은행장, 부행장, 국장, 정책관, 검사장, 청장, 서장 등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꽤 유용했다. ‘취재’가 아니고 ‘상의’라는 말에 무장 해제되는 경우가 많았던 까닭이다.

‘서면 취재, 앉으면 기사, 누우면 기획’이라는 기자의 숙명이 만든 애교 섞인 꼼수랄까. 사무실에 가서 찻잔의 크기가 작아진 것 같으면 빨리 마시고 나가라고 할까 봐 노심초사였다.

그렇다고 ‘형님’들을 특종을 위해 이용만 해 먹은 건 아니다.

상의를 가장한 취재였지만 도움이 될 만한 아이디어를 제공했고, 필요한 민심도 전달했으며, 함께 고민하고 진지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오히려 토론에 빠져들면서 취재하러 온 본분을 잊고 정책 입안자라도 된 양 머리를 쥐어 짜낸 기억도 있다.

동상이몽으로 시작된 자리지만 머리를 맞대고 대화를 이어가면서 새로운 정책의 실마리를 찾았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오랜만에 과거의 형님들이 떠오른 이유는 순전히 현재 진행 중인 2차 급여보호프로그램(PPP) 때문이다. 풀리지 않는 궁금증에 대한 답답함, 불공정한 규정에 대한 불쾌감, 지극히 차별적인 잣대에 대한 분노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워싱턴 정가는 초당적인 ‘슬램 덩크’라고 자화자찬하며 전가의 보도처럼 2차 PPP를 시작했지만 한인 사회 곳곳에서는 공정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다.

PPP는 지난해 4월 첫 3490억 달러가 2주 만에 소진되고 3100억 달러가 추가돼 8월까지 남은 1330억 달러를 빼고 모두 5260억 달러가 지원됐다.

여기에 올해 2차로 2840억 달러가 투입됐으니 모두 더하면 8100억 달러에 달하는 셈이다.

이미 1, 2차를 모두 받은 기업도 있지만 이해하기 힘든 규정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도 많다.

대표적으로 한국에 본사를 둔 지상사의 경우 무슨 근거로 한국 본사의 직원 숫자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명쾌한 설명이 없다. 한국 본사와는 아무 상관 없이 미국에서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경우는 차별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난해 1차 때는 관련 규정을 소급 적용하지 않아 서두른 기업들은 소중한 일자리를 지켰는데 이번에는 안 된다고 하니 줬다가 뺏는 것도 이만한 게 없다.

세금으로 조성된 재원을 쓴다면서 납세자가 직원으로 일하는 지상사의 신청을 가로막는 건 문책 사안이고 징계감이며 재선 불가의 중대한 귀책사유다.

연방하원의 스몰 비즈니스 위원회는 지난 10일 PPP 관련 규정을 일부 수정했다. 지원 대상으로 비영리기관과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문호를 넓혔다.

하지만 공정성 논란은 여전하다. 비영리기관 중 로비 단체의 지원액이 15%를 넘지 않으면 신청이 가능하고, 인터넷 언론사는 여러 곳에 지사가 있어도 한 곳의 직원 숫자가 500명 이하면 된다고 엿장수처럼 굴었다.

또 추가로 72억5000만 달러의 PPP 재원 추가를 결정했는데 지난해 미사용한 1330억 달러의 5.5% 새 발의 피 수준이다.

정부는 PPP로 지난해 약 1900만명의 직장을 지켰다고 선전했다. 그런데 올해는 여기에 지상사 등에서 일하고 있는 납세자의 생존권은 무슨 근거로 제외한 것인지 묻고 싶다.

PPP 융자금의 탕감 기준인 급여 사용 비중은 최초 75%에서 60%로 완화됐고, 사용 기간도 더 길게 조정된 바 있는데 정책의 온기가 보다 널리 퍼질 수 있도록 이제라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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