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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감당할 수 있는 시련

“수술을 할 의사를 못 찾고
코로나로 병실도 없었다
가족이 양성 판결을 받아
자가격리 기간이 끝나야
수술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지난 해 크리스마스이브는 유별났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인 것은 알고 있지만 캘리포니아 주정부에서도 직계 가족끼리만 모이라는 시행령을 내렸다. 그럼에도 손주 여섯 명에게 1년 내내 기다린 크리스마스 선물을 손수 주고 싶었다.

둘째 딸 집 드라이브웨이에다 파티 상을 차리기로 했다. 날씨도 흐리고 을씨년스러웠지만 옷들을 단단히 끼어 입고 6피트씩 떨어져 앉았다. 14명 식구 중 13명이 참석했다. 집주인인 둘째 사위가 두 달 전에 척추디스크 수술을 간단하게 했다는데 여전히 수술하기 전보다 더 아프다고 했다. 그 말을 듣자 사돈이 한의사한테 데리고 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애들과 선물 교환에 정신이 나가 사위가 아프다는 것도 잠시 잊었었다.

둘째 딸이 문자 메시지를 가족 모두에게 보냈다. 자기가 냄새도 음식 맛도 모르고 열이 난다면서 코로나 양성인 듯하다고 모두에게 자가격리를 부탁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위도 아픈데 이를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다. 딸은 교사인데 대면 수업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감염이 된 듯싶어 더 걱정이 들었다.

딸이 다니는 교회 친구들과 학교 학부모들이 식단표를 짜서 매일 점심과 저녁을 배달해 온단다. 친정엄마인 난 걱정 안 해도 된다니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사위의 통증은 수술 후 2달이 지났는데도 차도가 없어 첫 번째 수술한 의사한테 갔더니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단다. 참 책임 없는 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엉뚱한 부분을 수술했다는 거였다. 놀란 가족들이 사위를 데리고 다른 병원에 가서 MRI를 찍어보았다. 검사 결과 척추 흉부 2번부터 4번까지 혹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척추를 눌러 발에 마비가 오고 전신이 아팠던 것이다.

95%는 말기 암일 수 있고 5%만이 암이 아닐 확률이란다. 이게 무슨 아닌 밤중에 청천벽력이란 말인가. 사위의 다리는 점점 마비가 와서 혼자 걷지 못할 정도가 됐다. 눈에 보이게 상태가 나빠졌다. 제대로 서지도 못한다. 시간이 없다. 빨리 수술을 받아야했다.

그런데 마땅히 수술을 할 의사를 찾을 수가 없다. 더구나 코로나로 병실도 없단다. 여기저기에다 중보기도를 부탁하고 하루빨리 수술 의사 찾기를 기다렸다. 이웃의 소개로 대학병원의 유명한 교수를 찾았지만 만나는 데만 1주일이 걸린단다. 게다가 와이프가 코로나 양성이라고 하니 2주 격리시간이 지나야 수술할 수 있다고 한다. 기다림은 정말 더 힘들다. 우리 모두 하나님을 찾았다. 급하면 종교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결국 사위 친구인 USC병원 의사의 도움으로 겨우 입원할 수 있었다. 나는 아파하는 딸을 위해 손자 2명과 손녀 1명을 우리집에 데려 와서 놀았다. 아이들 마음을 달래기 위해 바다에도 가고 놀이터에도 갔다. 12살짜리 큰 손자만 아빠가 위험한 수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8살과 6살 둘은 아빠가 얼마나 심각한 줄도 모르고 모처럼 나온 나들이가 마냥 즐겁기 만하다.

수술 시간은 5시간쯤 걸린다고 했다. 오후 4시쯤 집에 돌아오니 딸한테서 문자가 와 있다. 아이들과 바다에서 놀았는데 너무 추워서 전화기를 볼 겨를도 없었나 보다. 문자에 너무 좋은 소식이 와 있었다. 수술은 잘 되었고 암이 아니라는 결과도 나왔단다. 우리 모두는 손에 손을 잡고 환호성을 질렀다. 너무 기뻤다. 아직 완전한 조직검사는 일주일이 지나야 나온다지만 90%의 정확성이 있다니 일단은 한숨을 놓았다.

그렇다. 감당하지 못할 시험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는 하나님이다. 두 손을 꼭 잡고 감사 기도 드렸다.

워낙 혹이 꽁꽁 척추를 감싸고 있어서 방사선 치료까지 해야 깨끗해진다고 한다. ‘암이 아니잖아. 그것에 감사해야지’라며 마음을 달래본다. 사위는 2주 만에 퇴원했다. 물리치료사가 집에 와서 재활을 도와주며 걷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조금만 수술이 늦었으면 반신불수가 올 수도 있었단다. 얼마나 기적적인 일인가 싶다. 조직검사는 완전히 암이 아니라고 나왔다. 사위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수술 자리가 아프고 마비가 풀리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늦지 않게 수술을 정한 시간에 할 수 있었음에 감사할 뿐이다.

40세의 사위는 이제 다시 태어났다. 본인도 말한다. 세상을 달리 보게 되었고 다르게 살 것 이라고. 평소 말이 없던 사위가 갑자기 수다스러워졌다. 그리고 인사도 잘한다. 남 한테 관심이라고는 한 푼도 없던 사위였는데 이제 이웃도 돕고 불쌍한 사람도 도우며 살라고 하나님이 또 한번의 기회를 주신 것 같다.


김규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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