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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In] 음모론보다 위험한 199표

“보수가 몰락하고 있다.”

5일 의사당 앞에서 초선의 여성 의원은 본인의 추락은 보수의 가치가 무너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전날 2개 상임위원회에서 쫓겨난 그녀는 자신의 축출에 찬성표를 던진 친정 공화당 하원의원 11명을 ‘배신자’라고도 불렀다. 그중에는 지난 11월 선거에서 하원에 첫 입성한 한인 영 김 의원도 포함되어 있다.

보수의 가치를 개탄한 그녀는 조지아주 14지구 연방하원의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46)이다. 그녀가 상임위 직책을 박탈당한 이유는 과거의 그녀가 한 말과 SNS에 공유한 글들 때문이다.

그녀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국방부 건물 펜타곤에 충돌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 혹은 다른 발사체라며 9·11 음모론을 부추겼다. 또 2018년 플로리다주 파크랜드의 한 고교에서 17명이 희생된 총기 난사 사건은 총기규제를 위해 의도된 위장 작전이라는 주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산불이 유대인들이 쏘아올린 위성에서 발사한 레이저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지난 2019년 그가 페이스북에 공유한 글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의장을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로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것이 빠를 것”이라는 글에 ‘좋아요’를 눌러 공유했다.

이런 상식 밖의 말과 행동은 그녀가 극우 음모론 단체 ‘큐어넌(QAnon)’의 신봉자라는데서 기인한다. 큐어넌은 ‘악마 같은 아동성애자들인 민주당 세력으로부터 이 나라를 구원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당연히 그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그녀는 비록 민주당 하원의원 219명 전원의 찬성과 공화당 하원의원 11명의 찬성으로 상임위에서 쫓겨났지만, 표결 전날 비공개 공화당 모임에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변명을 했는데 상당수 공화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녀처럼 징계 대상에 오른 또 다른 공화당 의원이 있다. 네브래스카주의 벤 새스 연방상원의원이다. 공화당위원회는 그의 불신임안을 추진 중이다. 13일 투표한다. 의원직을 박탈당하진 않지만 사실상 당이 그를 버렸다는 뜻이다. 불신임 대상이 된 이유는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했기 때문이다. 그의 변명을 들어보자.

“날 불신임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주공화당위원회가 분노하는 이유는 내가 원칙을 위반했거나 보수정치를 버려서가 아니다. 그들의 분노는 내가 단 한 사람에게 무릎을 꿇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는 1인 숭배가 아니다. 물론 당은 나같은 트럼프 비판론자들을 숙청할 수 있지만 이같은 행위는 ‘국가의 암(civic cancer for the nation)’이다.”

암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또 다른 공화당 의원이 있다. 상원의 공화당 1인자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다. 그는 상임위에서 쫓겨난 그린 의원을 놓고 “정신나간 거짓말과 음모론”이라며 “공화당의 암(cancer for the party)”라고 했다.

공화당의 두 상원의원이 내 식구들을 향해 ‘암’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한 것은 양보할 수 없는 보수의 가치 때문이다. 보수는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질서, 규정, 예의, 전통적 기준을 소중히 여긴다. 또 본능적으로 극단주의를 배척하고 원칙을 따르며 본인이 저지른 실수에 대해 책임을 진다. 결정해야 할 순간엔 감정보다는 냉정한 이성을 중시한다.

산불의 원인이 인공위성에서 쏜 레이저 때문이라거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땅의 사탄을 몰아내기 위해 보내진 구원자라거나, 동료의원의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겠다거나, 3000여 명이 숨진 비극적인 테러가 꾸며낸 이야기라는 주장은 보수의 그 어떤 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미국의 보수에 더 위험한 존재는 그런 그린을 옹호하는 세력들이다. 놀랍게도 그린의 수호천사들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99명이었다. 그 ‘정신나간 거짓말’을 한 그린을 보호하기 위해 상임위 축출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진 공화의원들의 숫자다.

그린 의원이 말한 상식 밖의 주장 중 최소한 한가지는 사실로 보인다.

보수는 죽어가고 있다.


정구현 선임기자·부장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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