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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봄

상상만 해도 설레는 단어, 봄! 봄은 희망이고 시작이다. 봄은 경외이고 찬란이다. 한겨울이 물러날 생각도 안 하고 중턱에서 턱걸이하고 있다. 팬데믹은 끝이 날 때도 되었는데 빛은 보이지 않고 어둡고 우울하다. 봄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봄 마중을 가야겠다.

역사에 기록되고도 남을 힘든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이제 몸과 마음도 지쳐간다. 고무줄도 계속 당기면 끊어지고 육신도 혹사하면 병을 얻는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 마음속에 화사한 봄을 그리며 희망을 꿈꾸어 보는 것도 자가 면역력을 키우는 치료법이 될 것이다. 삶이란 결국 작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행복을 찾을 때 우리는 아름다운 삶을 채워갈 수 있다.

특히 올봄에는 새로운 소망과 함께 촉촉한 꽃비를 기대해본다. 따스한 햇볕을 퍼붓는 파란 하늘, 연두가 뚝뚝 떨어지는 연초록 가족, 가지마다 생명의 초록빛 물이 오르고 꽃 폭죽을 터뜨리는 벚꽃과 황홀한 자태의 목련이 어느덧 우리 곁으로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깨어나는 생명으로 땅속은 분주하고 설레고 떨리고 경이롭다. 계절마다 특징과 특색이 있지만, 우주의 모든 생명은 봄을 기다린다. 기억하고 사랑하고 희망을 노래한다. 이 세상이, 아니 온 인류가 코로나로 시름시름 앓고 일단 멈춤 앞에 허우적대도 자연은 초연하게 질서를 유지하며 계절의 순환을 위대하게 거듭한다.

눈 속에서 피어나는 복수초와 수선화는 봄의 전령이다. 벌써 조국의 남쪽에서는 봄의 탄성이 터졌다. 봄을 기다리는 애틋한 마음으로 영혼을 얼음물에 정갈하게 씻는다. 호젓하게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마주 보며 소원을 빈다. 간절함은 자연과의 완전한 합일을 허락한다. 봄은 한 해의 시작이고 시작은 곧 희망이다. 긴 겨울을 살아낸 생명은 이제는 서로 희망만을 말할 때이다.



봄은 인생의 유년기이다. 떠지지 않는 눈을 힘겹게 떠서 세상에 태어나 청년 장년 노년으로 성장해가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바로 유년기 아닐까. 인간은 다른 생명과 다르게 유난히 많은 보호와 돌봄이 필요한 존재다. 많은 동물이 태어나자마자 걷는다. 유난히 인간만이 유아기와 청소년기를 미성년자로 어른의 보호를 받는다. 갓 태어난 아기는 오감에 충실하여 눈으로 보고 코로 숨 쉬며 냄새 맡고 귀로 듣는다. 입으로 먹고 피부로 느낀다. 배우지도 않은 본능이다.

부모의 역할은 양육(nurture)이다. 이 세상에 부모의 임무와 역할만큼 어려운 일이 있을까. 부모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잘한다고 해도 돌봄을 받는 자의 입장에서도 결국 옳은 판단이었는지 항상 혼돈이 오곤 했다. 아이들은 부모를 보고 배우기에 항상 자아 성찰이 필요하다. 나의 편의에 따라 판단의 기준에 일관성이 없지는 않았는지 항상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한 인간을 세상에 내어놓고 건전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막중한 임무가 부모의 역할이다.

계절의 유년기인 봄이 지척에 와 있다. 자연은 봄을 낳고 양육하는 평생 부모다. 세상의 그 어떤 상황에도 휘말리지 않고 포기하거나 자책하지 않는다. 공평하고 일관성 있게 대한다.

오랜만에 지인을 만났다. 요즘 사는 재미가 없단다. 얼굴이 많이 상해있었다. 나는 상상으로 봄을 불렀으니 살맛이 난다. 봄볕, 봄밤, 아지랑이, 개나리, 철쭉 그리고 봄이 오면 만날 수 있는 그리운 사람들 생각만으로도 살맛이 난다. 신난다!


정명숙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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