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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영혼을 비우는 ‘청소’

깨끗한 새해를 맞고 싶었다. 평범했던 일상의 실타래가 엉키고 끊어지며 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모르는 채 한 해를 지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청소는 더러움과 깨끗함의 경계를 열어, 주변을 삶에 쾌적하게 정리하고 순화시키는 것같다.

세월의 숫자만큼 늘어간 소유품들. 첫 집을 샀을 때 들였던 금이 간 화병, 낡은 만년필, 책상 한 편을 지키고 있는 20살의 컴퓨터, 몇 년이 지난 신문 꾸러미와 빛바랜 월간지들,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조차 없는 물건들은 뒹글며 널부러진 채 공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었다.

방 한편에 버릴 물건들을 모두 모아 놓았다. 청소는 버리는 것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때 내 손을 거쳐 가슴에 담았던 과거가 없어진다는 것은, 한 순간의 열정과 기쁨 그리고 아픈 감성의 추억들을 세상 저편 어딘가로 던져버리는 기분이다. 영혼에 새겨진 한 순간들을 내팽개치는 느낌이랄까

삶이란 평생에 걸쳐, 순간 순간을 영혼 속에 기록하며 자신만의 역사를 써 내려가는 것같다. 어쩌면 생은 자신의 삶을 실제 연기를 통해 촬영하여 만든 한편의 영화인지도 모른다. 지나간 세월을 버린다는 것은 가슴으로 찍은 역사의 일부가 닳고 낡아 버린다는 이유로 무자비하게 잘라내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순간 쓰레기통에 던졌던 신문을 다시 주어 읽어본다. 왠지 중요한 것을 놓친 듯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온몸을 감싼다. 버리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찰나, 머리는 복잡해지고 청소 계획은 표류하며 침몰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잠시 후, 비움을 통해 깨끗하고 여유있는 공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간직하기보다는 비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청소의 의미는 단지 버리는 것을 떠나, 더 큰 공간과 여유를 얻고 무겁고 답답하던 영혼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다.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필요한 것만 챙겨, 있어야 할 곳에 그것을 정리해 두는 것이 청소의 핵심이다. 삶에서도 주변을 둘러싼 수많은 사람보다는 꼭 필요한 몇몇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그 능력을 살려주어야 도움이 된다.

새해를 맞아 집안 청소로 시작해, 삶도 한바탕 청소를 시도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지나간 사념들을 비우고 새 날을 새롭게 맞기 위해 영혼을 맑게 비워야 새로움으로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흘러간 타인의 잘못이나 자신의 아집을 비우고 꼭 필요한 삶의 지혜와 여유를 챙기는 영혼의 청소가 필요할 것 같다.

세월에 쌓인 주변을 정리하고 혼을 정리하니 왠지 빈 공간에 새해의 꿈과 희망 그리고 소망과 무한한 가능성이 내려 앉을 듯싶다. 텅빈 하늘이 모든 것이 품을 수 있듯, 비워야 채울 수 있는 작은 진리가 빈 공간에 조용히 내려 앉는다.


김영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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