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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암울하게, 전쟁과 미래를 관조하는 걸작

[아카데미출품작] 아틀란티스(Atlantis)

‘아틀란티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참여했다 외상을 입고 귀대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이야기다. 우크라이나의 2021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 [Grasshopper Film]

‘아틀란티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참여했다 외상을 입고 귀대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이야기다. 우크라이나의 2021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 [Grasshopper Film]

2019 베니스영화제에서 신인 감독들의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에 수여하는 오리존티상을 수상했고 2021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부문 출품작(우크라이나)으로 선정된 영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참여했다 외상을 입고 귀대한 우크라이나 군인의 이야기.

영화의 시제는 그리 멀지 않은, 그러나 막연한 미래인 2025년. 사막 외딴곳에 고립되어 살고 있는 전직 군인 세르게이. 귀대 후 자신에게 배당된 환경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전쟁에서 가져온 상처보다 더 그를 괴롭히는 건 ‘전쟁 증후군’이다. 전쟁에서 경험했던 공포와 참혹함이 여전히 그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의 직업은 물을 배달하는 일이다. 생존을 의미하는 식수는 배급에 의해서만 소비가 가능하다. 세르게이는 우연히 도로에서 카츠야를 만난다. 전쟁에서 사망한 시체들을 파헤쳐 해부실로 실어 나르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돕기 위해 자신도 이 일을 자원한다. 전장에 널려 있는 동료들의 시체를 거두어 그들의 과거를 지워주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리하여 자신의 과거도 함께 지워지기를 원한다.

발렌틴 바스야노비치 감독은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을 ‘롱 싱글 테이크’로 촬영했다. 고정된 카메라, 와이드앵글 프레임 안에서 대단히 느리게 전개된다. 전쟁이 쓸고 지나간 황폐하고 광활한 지형을 스탠리 큐브릭의 카메라 앵글로 촬영한 느낌이다.



전쟁은 모든 것을 부조리하게 만들어 버렸다. 한때 죽기를 원했던 세르게이, 카츠야와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길 원한다. 그에게 생태학자는 말한다. 그곳은 아마 주거가 불가능할 거라고. 전쟁은 토양과 물을 오염시켰고 서로를 원하는 두 남녀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소련의 프로파간다와 투쟁하는 데 10년이 걸렸다. 이제 땅과 물을 정화하는 데 얼마의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른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을 소재로 했지만, 바스야노비치가 그리고 있는 전쟁의 암울한 형상은 인류 모두에게 적용되는 문제이다. 물조차 마음대로 마실 수 없는 디스토피아, 어쩌면 2025년 만큼이나 우리 앞에 가까이 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전쟁과 미래를 관조하는 영화, 동유럽에서 날라온 근래 보기 드문 매스터피스.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는 끝까지 휴머니즘의 주조를 놓지 않는다.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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