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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바이든 시대 한·미·중의 역학관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중 관계의 향배가 초미의 관심사다.

미국은 중국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권익을 옳지 않은 방식으로 계속 침해하고 있다고 인식하며 중국을 특별한 도전으로 여긴다. 동맹·우방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의 도전에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입장이다.

많은 미국인은 중국이 미국의 대중 포용에 따른 혜택만 챙겼다고 여긴다. 미국이 기대했던 민주주의나 법치에 대한 순응은커녕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피해를 주는 결과만 초래했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 있다. 따라서 바이든 시대에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못지않게 중국에 대해 강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와 철학상 그 내용과 방식은 트럼프 시대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문제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의 실패라며 강경론을 주장해 왔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을 적으로 보며 배제하려던 트럼프 때와는 달리 강력한 설득으로 중국의 변화와 동참을 추구할 전망이다. 이처럼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입장은 강경 기조와 현실적 유연성이 교차하고 있다.

미국이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플러스와 ‘민주주의 10개국’(D-10)에 한국의 참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어 한국의 외교적 대응도 초미의 관심사다. 사실 이런 요청은 오면 숙제이지만, 오지 않아도 문제다. 민주 진영의 단결 대상에서 제외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원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의 안보 여건, 지향하는 가치, 미래상에 비춰서 판단해야 한다.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보편적 가치에 기초한 상호 협력과 존중의 역내 질서를 구현하는 게 맞다. 동시에 중국과의 관계도 현명하게 도모해야 한다. 관건은 이 어려운 숙제를 외교 현실에서 얼마나 절묘하고 솜씨 좋게 처리해내느냐다.

당사자인 미·중 양국도 경쟁과 갈등의 최종 출구가 아직 확실하지 않으므로 한국이 서두르거나 수정처럼 맑게만 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다행히 실전은 무조건 어느 한쪽을 편드는 양상으로 전개되지 않으니 가급적 이슈별로 접근하는 것이 지혜롭다. 중국이 핵심이익을 에둘러 개념으로 규정하듯이 한국도 가치나 규범을 명분으로 우회할 필요가 있다.

우회 가능한 경우 해당 가치와 규범에 대한 역내 협력도 추진하고 모든 관련국의 참여 가능성도 열어 두면 희석의 효과도 있다. 미국이 중국의 변화와 동참을 추구할 경우 미국의 입장이나 한국의 이해와도 부합할 것이다.

아울러 사안에 따라서는 참여하더라도 일부 납득이 가능한 부분은 유보함으로써 미·중 양측이 공히 평가할 수 있는 참여와 자제의 균형과 같은 유연함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보복 조치 등에 대해서는 같은 진영의 공동 대처 약속 확보 등 사전 대비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대국주의와 일방적인 횡포는 좌시하지 않는다는 결기도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관계가 어느 정도 안정될 때까지 한동안 한·중 관계는 한·미 관계와 미·중 관계의 함수에 영향받을 것이다. 그럴수록 이벤트가 아닌 숙성된 내공과 전략적 행보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구된다.


장호진 / 한국해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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