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대표가 만난 사람] <2> 아틀란타한인교회 김세환 담임목사
“허영심도 이웃 더 잘 섬기라고 하나님이 주신 마음”
2015년 부임…“애틀랜타는 회복의 사역지”
동성애 반대하지만 소수자 인권은 딴 문제
50주년 역사·전통 한인들 공감 있어야 의미
- 50년이면 교회 역사가 거의 애틀랜타 한인사회 역사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오래됐다고 해서 자랑스러운 역사와 전통이 되는 건 아닙니다. 세상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고, 교회 역사가 한인사회 전체의 역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공감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커뮤니티에 선한 영향력도 행사하고 교회가 제시하는 삶의 방식이 한인들을 위한 것이 되도록 더 노력해야겠죠.”
실제로 김 목사의 얘기는 빈말이 아니다. 메이슨빌에 조성한 두레마을 농장은 처음부터 장애인이나 홈리스, 사역에 지친 목회자들은 물론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코로나 사태 초기 때는 교인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도 만들어 병원, 경찰서, 양로원 등에 나누어 주었다. 매주 목요일 봉사자들이 만든 마스크는 무려 1만2000장이나 됐다. 재정이 어려워진 주변 교회들의 렌트비를 대신 납부해준 일도 다반사다.
김 목사는 “본인도 어려우면서 더 어려운 사람 도와주라며 돈을 가져오는 교인도 많다”면서 “그때마다 정말 자랑스럽고 고맙다며 교인들에게 진심으로 고백한다”고 말했다.
-그래도 50주년인데 뭔가는 했을 것 같아요.
“50주년 기념 로고 콘테스트를 했는데 1000여 명이나 참여했어요. 교회 역사를 담은 달력도 만들었고요. 코로나 사태 전에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간타마을에 우물과 화장실, 세면시설 등을 지원해 29개 시설을 완공하기도 했습니다. 모두가 예수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누는 시간이었죠.”
- 저처럼 LA에서 오셨는데 와 보니 어떻던가요?
“처음엔 너무 추웠습니다. 하지만 이젠 이곳 날씨가 더 좋습니다. 무엇보다 애틀랜타는 저에겐 회복의 사역지입니다. 지내보면 아시겠지만 애틀랜타 한인들은 대부분 순박하고 신앙적으로도 열정이 넘칩니다. 제가 좀 우직한 면이 있어서 타협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목회하면서 나름 어려움도 겪곤 했는데 애틀랜타 교인들의 애환에 공감하고 다양한 삶을 방식을 이해하고 존중하게 되면서 오히려 제가 회복이 되더군요.”
김세환 목사는 서울 감리교신학대(82학번)와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국으로 유학 와 캔사스주 세인트 폴 신학대학원(목회학 석사)을 다녔고. 캔자스주 위치타 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10년간 사역했다. 2007년부터 LA연합감리교회 담임목사로 시무하다 2015년 6월 아틀란타한인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했다.
- 요즘 교회가 많이 어렵다고들 합니다. 비판도 많이 받고요. 그런데 목사님 오신 이후 이 곳은 더 많이 성장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가요? 하지만 저는 경쟁하고, 경영해서 교회가 커지는 데는 관심이 없습니다. 이민 교회는 이민자들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돕고 그런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면 그걸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아틀란타한인교회는 미국 연합감리교단(UMC) 소속인데 교단이 최근 성소수자 정책 수용 여부로 자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자꾸 연합감리교회들이 동성애를 찬성한다고 하는데, 쉽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닙니다. 물론 저는 동성애엔 분명히 반대합니다. 성경에도 (동성애를) 반대하라고 나와 있고요. 하지만 기독교 교리적 측면에서 보면 동성애자도 똑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들의 인권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약자는 누구든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정신이고 그 연장 선상에서 성소수자들의 인권도 존중하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종교는 법처럼 강제하거나 의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넓게 생각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과 신앙의 정통성이나 종교적 진리를 지키려는 마음 사이에서 기독교인들이 균형을 잡아야 합니다.”
김 목사는 만남 내내 교회가 가는 길이 타협으로 비치는 걸 경계했다. 대신 “우리는 복음에 대한 믿음과 헌신의 마음으로 기독교인이 됐고, 목사가 됐다”며 “교회가 세상 사람들의 실제 삶의 문제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목회하시면서 꼭 지켜야겠다고 생각하는 원칙 같은 게 있습니까.
“언젠가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는데 그때 한자 사자성어로 정리한 5가지가 있습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 유약겸하(柔弱謙下), 여민동락(與民同樂), 여조삭비(如鳥數飛), 본립도생(本立道生)이 그것입니다.”
김 목사는 이에 대해 신앙의 기본에 충실할 것(본립도생-기본에 충실해야 언제나 길이 열린다), 늘 공부하고 배울 것(여조삭비-새도 끊임없이 날갯짓하지 않으면 추락하는 것처럼 목사도 공부하지 않으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늘 교인들과 함께 웃고 웃을 것(여민동락-백성과 동고동락하는 리더라야 진정한 리더), 항상 겸손할 것(유약겸하-자신을 낮추고 겸손하게)이다. 마지막은 너무 앞에 나서지 말 것(화광동진-빛을 감추어 티끌 속에 함께 묻히게 하라는 말로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목사는 부임 직후 설교 방송을 모두 내렸다. 김 목사는 “LA고 어디고 다 방송이 나가고 있었다”면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거기도 훌륭한 목사님들이 많은데 굳이 내 설교까지 필요하겠나 싶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 건강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운동은 있는지요?
“디스크 골프를 좋아합니다. 재미도 있고 운동도 되고 돈도 안 들죠. 장로님들과 회의도 어떤 때는 디스크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공원에서 합니다. 야외에서 운동하면서 계속 대화도 할 수 있으니 코로나 시대엔 딱이죠. 대표님도 꼭 해보세요. 하하.”
디스크 골프(disc golf)는 골프공 대신 플라잉 디스크를 골 홀(디스캐처)에 넣는 게임으로 게임 방식도 골프와 거의 비슷하다.
- 이민 목회자로서 포부가 있다면
“미국에 오래 살다 보니 이젠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브리지(bridge) 역할을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더라고요. 다음 세대 목회자를 잘 양육해서 제대로 역할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게 제 일인 거 같습니다.”
김 목사는 ‘하나님의 사람’을 세우는 것을 목회의 목적으로 세웠다. “제 소원은 빨리 그만두는 거예요. 후배 목사 잘 성장하게 돕고 교인들 잘 돌보다가 비전 있는 다음 타자에게 잘 넘겨야죠.”
- 끝으로 한인사회 발전을 위해 한 마디 해주신다면?
“사람 마음은 성심(聖心)과 허영심, 두 가지가 있습니다. 성심은 성스러운 마음이니까 그렇다 치고 허영심도 나쁜 게 아닙니다. 순교, 헌신, 섬김도 어떻게 보면 모두 허영심에서 나오는 것이죠. 하나님이 인간에게 허영심을 준 이유는 내 현실만 바라보며 내 것만 챙기지 말고, 가족도 돌보고 이웃도 돌보면서 나름대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고 꿈을 꾸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이웃을 위해, 커뮤니티를 위해 적극 섬기고 봉사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한인사회에도 그렇게 이름 알려지는 분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아틀란타한인교회 연혁
-1971년 1월 에모리 캔들러 신학교에서 창립 예배 개최
-1988년 6월. 미연합감리교회(UMC) 가입
-1989년 6월 던우디 예배당 입당예배
- 1990년 5월 애틀랜타제일감리교회와 통합
- 1999년 9월 한글학교 시작(냇가에 심은 나무(TPS) 전신)
- 2004년 3월 둘루스 예배당(다목적센터) 입당예배
- 2004년 9월 샬롬대학(노인대학) 시작
- 2006년 4월 뉴난한인교회 개척
- 2011년 3월 새예배당 및 교육센터 입당예배
- 2013년 11월 한인회관 건립기금 모금
- 2015년 6월 김세환 담임목사 부임
정리= 배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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