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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스스로 변하고 스스로 통한다

절박함이 기적(?)을 만든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모든 사업에 통하는 정설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를 꿈꾼다.’는 영화 제목이 사실로 나타나는 일이 발생했다.

도미 후 세계적인 여류시인이 되겠다는 꿈을 일시에 접었다. 자음과 모음으로 세계 공용어인 알파벳과 경쟁할 수 없다는 낭패감으로 언어벽이 없는 미술을 택했다. 한 때는 유명 화가가 되기 위해 팔에 붕대를 감고 작품 창작에 몰두했다. 하지만 동양여자로 동양화 기법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화가 틈에 끼여 내 이름 석자 굳히고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됐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유태인이 점령한 미술시장에 맨몸으로 뛰어들었다. 내 인생의 가장 장렬하고 격동적인 30년을 화랑과 창작예술센터, 미술학교 운영하며 보냈다. 세계적인 화가가 되겠다는 허망한 꿈을 접고 미친듯 사업에 열중하는 동안 붓 한번 잡을 시간이 없었다. 물욕에 눈독을 들이면 예술은 한갓 쓸모 없는 지푸라기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했다. 생각지도 않는 순간에 가장 절실한 방법으로 인생은 커브를 튼다. 어느 방향으로 향하던지 운전대를 내 손으로 꼭 잡고 있을 때만 가능하다.

커미션 제작 주문을 받았는데 추상작품 다수를 원하는데다 시간에 촉박해서 거의 불가능했다. 일단 컨설팅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게 웬일! 구매자가 화가로 ‘나’를 지명했다. 죽어라 죽는다 해도 사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코로나로 갇혀 살며 그동안 손 놓고 있던 그림을 몇 점 그렸는데 고객 취향에 맞아 떨어진 것이다. 급기야 화가로 급선회하는 기상천외 되돌이표! 그동안 실제로 돈 벌고 사업하며 작품하는 것은 사치요 생계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언젠가 퇴임하고 나면 한가롭게 다시 작품에 몰두하기로 다짐했는데 그날이 지금 도래한 것이다. 이 마당에서 제법 성공한 화랑주인으로 자리매김한 탓에 내 이름 석자 걸고 주문제작에 임하는 위기감과 임박한 날짜 등으로 초긴장 상태에서 작품제작에 투신했다. 그림 구매하며 수십년 동안 유명 화가 작품 비평하며 눈 높이를 조절해 왔다. 서양화의 화려하고 대담한 색상에 동양화의 여백을 살리며 필력에 속도를 가미한 반추상화를 제작했다. 그림은 재주로 그리는 것이 아니다. 가슴으로 그리고 영혼으로 채색한다. 손끝 재주가 영혼에 날개를 달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모든 것은 때와 장소, 시간이 맞아 떨어져야 결과를 보장 받는다.

‘궁하면 통한다’는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간다(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뜻이다. ‘궁즉통(窮卽通)’은 주역(周易)의 근본원리로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궁(窮)’자는 ‘곤궁하다’는 뜻이 아니라 ‘궁구하다’, ‘다하다’의 뜻으로 ‘최선을 다함’을 의미한다.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변화가 생기고, 변화가 생겨야 비로소 길이 뚫리며, 그러한 노력의 결과만이 오래도록 지속된다.’는 우주자연의 근본 법칙을 설파하는 진리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돌려치기 당해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꿈이 사라져도 신기루처럼 다시 나타날 시간 기다리며, 절망에 빠져도 희망의 날개 접지 말고, 모질게 바라는 것들은 종국에는 이루어진다는 진실 믿고, 실패는 처절한 실전의 연습이고 공부라 믿고, 걸작과 졸작은 붓놀림이 아니라 영혼의 흔들림이란 걸 깨닫고,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증하기 위해, 자변(自變•스스로 변함)과 자통(自通•스스로 통함)으로 작은 시작이 거대한 출발 되기를. (Q7 Fine Art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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