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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처음이라서] 은퇴와 귀향

나와는 피부 색깔도, 쓰는 말도, 문화도, 사고 방식도 다른 사람들 속에서 수십년을 살아왔다.

고국과 심지어는 미국 속의 한인 사회로부터도 떨어져 고립되고 단절되어 살고 있다고 느낄 때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나처럼 이민생활을 하다가 은퇴를 앞둔 사람들 중에는 인생 3막은 고국에 돌아가서 하고 싶다는 염원을 품은 사람들이 많다.

내 주변에도 은퇴와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가 성공적으로 안착하신 분들이 몇 분 있는데 이분들은 모두 한국에서도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재산이 있고 한국에 희노애락을 함께 할 친지들이 많은 분들이다. 이분들에게도 미국에서 장성하여 미국에서 살아가는 자녀들이 있지만 이분들은 부모와 장성한 자녀들이 가는 길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시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가지고 잇는 재산도 자신들이 아주 나이들어버리기 전까지는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또 그것을 자녀들을 위해 아껴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편안한 노후를 위해 써야한다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 나 또한 장성한 자녀들과는 정서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선을 긋고 스스로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한다고 믿는다. 자녀들에게도 은퇴 후, 품위 있고 자주적으로 살면서 스스로의 인생을 높이고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부모로서 자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믿는다.



그렇다면 노후를 위한 재정적인 준비가 되어 있는 한인 이민 1세대에게 미국과 한국 중 어느 곳이 더 이상적인 은퇴의 장소인 것일까?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어서 다른 사람들과 고립되어서는 행복과 보람과 성취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없는 존재들인 것 같다. 아무리 좋은 환경에서 잘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 삶을 같이 나눌 사람이 없다면 마치 외딴 섬에 혼자 살아가는 사람처럼 그 삶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고국은 우리가 타향을 살아왔던 수십 년 동안 몰라 볼 정도로 변햇다하더라도 나에 앞서 부모님과 조상들이 몇 세대에걸쳐 살아온 곳인 것이다. 나와 같은 핏줄에 나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영원한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사람은 젊어서는 타지를 떠돌며 일을 하더라도 나이들어서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수구지심도 그래서 생겨난 말인지도 모른다.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란 말이 있으나 그것은 그 타향에서 살아가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고, 사회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 사회에 단단한 기반을 만들고, 살아가는 사회에 기여하면서 그 사회에서 소속감을 갖게 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만약 내가 미국에 사는 주 이유가 경제활동을 위한 것이어서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은 단지 손님과 가게 주인으로서 만나는 데 그칠 뿐이고, 사회활동은 커녕 이웃들과 만나더라도 날씨 이야기 이외에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미국은 내게 영원한 타향일 뿐인 것이다. 그렇다면 하고 있는 사업체에서마져 손을 떼게 된다면 이곳 사회에서의 기반이나 연결 고리마저 없어지게 되는 것일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생각해 볼 때, 인생 3막을 가장 편안하게, 가장 행복하게, 가장 보람있게 보낼 수 있는 곳으로 고국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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