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에] 코로나에도 시간은 흐른다
남편이 강아지를 안고 놀고 있다가 부러운 듯 말한다. “너는 털이 많아 좋겠다. 나한테 좀 주지.” 요즘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속상하다고 투정부렸는데 갑자기 미안해진다.선보던 날 앞쪽 머리숱이 적어 대머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했지만 신사적인 태도에 반해 결혼했다. 남편은 아이들이 태어나고 몇 해 만에 정말 대머리가 되었다.
옛말에 “온 돈 주고 반 머리 깎는다”는 말이 있다. 아까울 때 쓰는 말이다. 머리카락이 별로 없는데 남들과 같은 값을 내고 이발소로 가는 것이 아까워 남편 머리를 내가 깎기 시작했다. 율 브리너 스타일이지만 주변머리는 남아있어 완전히 머리가 없지는 않게 깎는다. 남편은 성격이 깔끔하여 나갈 일이 없는 코로나 와중에도 머리를 정확하게 2주마다 이발을 한다.
2020년엔 코로나로 자택 칩거, 마스크 사용, 안전거리 지키기 등 처음 접하는 삶의 형태를 경험했다. 결혼 50주년 하와이 여행을 2월에 다녀왔는데 그 여행을 끝으로 칩거가 시작되었다.
비대면이 자리를 잡았고 인터넷 예배를 드리고 그룹 미팅은 줌으로 하거나 동영상으로 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어느 날은 마켓에 고기가 동이나 진열대가 텅 빈 것을 보고 이것이 현실인가 소름이 끼치기도 했다. 코스트코에서는 줄을 길게 서서 화장지 한 팩과 물 한 케이스씩만 사가도록 했다.
유명 목사님도 텅 빈 교회에서 직계가족만 참석한 가운데 장례식을 치르면서 이를 동영상으로 중계했다. 수필반 문우도 주님 나라로 떠났다.
사계절이 지나가면서 꽃도 피고 열매도 맺고 낙엽도 지고 먼 곳 산 위엔 눈도 내렸다. 참혹한 지구의 겨울 속에도 역사는 흘렀다. 과거는 현재가 되었고 또 현재는 과거가 될 것이다.
어떤 일이 기다릴지 모르는 2021년이 벌써 1월도 중순을 지났다. 혼돈의 시기를 지나가지만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차가운 겨울 속에도 봄은 있어 축복의 시간도 경험했다. 한국 친구는 49명만 모여 자녀의 결혼식을 계획대로 치렀고 미국 친구의 조카는 더는 미룰 수가 없어 집 뒤뜰에서 가족 10명만 참석해 결혼식을 했고 하객은 드라이브스루로 집앞 도로에서 선물과 인사를 나누었다. 친구의 자녀들도 이곳저곳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자녀들도 부모에게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고 자손들에게 자주 음식을 해주며 돈독해졌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로 모든 것이 어렵게 됐다. 코로나는 나라에 맡기고 나는 의미를 부여하는 글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지 쉬어가면서 생각해봐야겠다. 뜻대로 되지 않아 나중에 또 후회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내 머리카락이 빠져도 머리카락 없는 남편 앞에서 불평하지 말아야지. 그는 머리카락이 없는데 말이다. 부러워하면 지는 거라 했으니 남편이 그 마음 들지 않도록 말과 행동으로 더욱 조심해야 하겠다.
새 결심에 희망을 얹어본다. 제발 코로나를 무찔러다오. 풍토병이 되지 않도록 지구를 고쳐다오. 꿈꾸는 소망아 태양처럼 솟아다오.
엄영아 / 수필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