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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포르투나’ 길들이기

운명의 여신 ‘포르투나(Fortuna)’는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눈을 가리고 불안정한 구체(球體)에 서서 운명의 바퀴를 돌린다. 카지노의 룰렛처럼 뭐가 닥칠지 모른다. 주식시장도 그러하다.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를지 내릴지 한 치 앞을 모른다. 한껏 행복감에 젖어 있다가 자고 일어나니 아수라장으로 변할 때도 있다.

포르투나의 변덕을 인간은 지혜를 통해 피해 보려고 했다. 무작위(randomness)로 일어나는 일을 패턴으로 바꿔보려는 노력이다. 이 개념을 잘 구현한 게 19세기에 프랜시스 골턴이 고안해 낸 퀸컹크스(Quincunx)라는 장치다. 일명 골턴보드(board)라고도 하는데, 슬롯머신처럼 생겼다. 널빤지에 못을 가지런히 박아 놓고 위에서 깔때기 같은 장치를 통해 구슬을 하나씩 떨어뜨린다. 구슬이 못에 부딪히면 오른쪽, 왼쪽으로 갈 확률이 반반이다. 이런 못이 여러 행으로 되어 있다. 맨 밑에는 칸막이를 친 좁고 긴 칸을 여러 개 만들어서 구슬이 이리저리 부딪치다가 이들 칸 중 하나로 들어간다.

얼핏 생각하면 각 칸마다 무작위 개수의 구슬이 들어갈 거라 생각하는데 예상과 달리 구슬은 종 모양의 정규분포를 이루며 쌓인다. 임의적인 것, 무작위적인 것들이 모이니 패턴을 보인 것이다. 인터넷에 퀸컹크스를 검색해서 들어가면 똑같은 모의실험이 있으니 한 번 해보시길 권한다.

투자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투자시장은 수익이 높지만 무작위적인 변동성으로 고생할 때가 많다. 하지만, 무작위적인 변동성을 패턴으로 바꾸는 골턴보드 같은 장치가 있는데 바로 분산과 장기투자이다. 분산은 상관관계가 없는 자산을 여럿 섞는 것이고 장기투자는 투자자산을 오래 보유해서 투자수익을 얻는 방법이다. 무엇보다, 장기투자를 하면 무작위적이던 주식수익률이 일정 범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S&P500 주가지수의 1950~2017년 동안 수익률은 평균 10% 정도이다. 그런데 1년 단위로 투자하면 수익률은 최고 52%에서 최저 -37%까지 범위가 매우 크다. 날뛰는 적토마와 같아 어디로 튈지 모른다. 5년을 보유하면 최고 28%에서 최저 -2%로 수익률 변동이 크게 줄어든다. 아직도 조랑말 정도는 된다. 하지만 15년을 보유하면 최고 19%에서 최저 4%로 편차가 줄어들고 20년을 보유하면 최고 18%에서 최저 6.5%가 된다. 장기평균수익률에 수렴한다. 이 정도면 재갈을 물린 얌전한 말처럼 움직인다. 여기에 한 차례 더 재갈을 물려 얌전하게 다스리고 싶은가? 적립식 혹은 정액분할식으로 투자하면 된다.

장기투자를 하는 추가적인 이점은 사물을 장기적 관점에서 보게 된다는 것이다. 20년의 시계(視界)로 투자시장을 보면 20년 후에 수익률이 좋을 자산을 찾지만 1년의 시계로 자산을 찾으면 당장 수익률이 좋을 것만 찾게 된다. 장기적 관점은 배터리·바이오·로봇·게임 ETF 등이 투자대상으로 들어오지만 1년의 시계로 보면 이들 주식 가격이 많이 오르면 사지 못한다. 정기예금 정도가 적합하다. 장기적 관점은 시야가 긴 만큼 좋은 자산의 범위를 넓혀준다.

주식시장은 단기적으로 우연으로 가득 차 있지만 장기적으로 패턴을 활용하여 좋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변덕스러운 포르투나에 대응하는 지혜는 인내를 갖고 오래 참는 일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라는 말이 있다. 범처럼 보고 소처럼 걷는다는 뜻이다. 시야는 길고 날카롭게 갖고, 단기적인 변동에 물러나지 않고 한 발씩 만리를 걸어가는 실천을 해야 한다. 투자에 꼭 맞는 말인 듯하다.


김경록 / 미래에셋투자와 연금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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