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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달걀

아주 작은 물건이라도 내 것을 잃어버리면 기분이 참담하다. 그런데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그 물건을 다시 찾으면 그 마음이 어떨까.

며칠 전, 된장찌개에 넣을 고기를 사러 수퍼마켓에 들렀다. 무심히 카트를 끌다가 카트 안에 무언가 있는 게 보였다. 쓰레기려니 했다. “누가 쓰레기를 카트에 버리고 갔군, 참 사람들 너무하네.” 그런데, 자세히 보니 12개짜리 달걀이었다. “어떻게 빈 갑만 남기고 달걀을 갖고 갔을까, 누군지 몰라도 재주도 좋네.” 가까운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달걀을 들어보니 묵직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커다랗고 싱싱한 달걀 12알이 가지런히 담겨있다. “이 사람도 나만큼 정신이 없군. 이 좋은 달걀을 놓고 가다니.” 나는 마트로 들어갔다. Customer Service 직원에게 달걀을 건네며 말했다. “손님이 놓고 갔나 봐요. 밖에 있던 카트에 있었어요.”

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선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거대한 뜻이 있거나, 물욕 없는 착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우리 집에는 먹성 좋은 청소년이 셋이나 있다. 달걀 12개쯤이야 하루나 이틀이면 싹 먹어치울 수 있다. 게다가 내가 주운 달걀은 8불이나 하는 고급 유기농 달걀이다. 그리고 공짜다.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주저하지 않고 달걀을 돌려줬다. 왜냐하면, 이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마음이 생각나서이다. 누군지 모르지만, 분명히 이 달걀을 두고 온 것 때문에 속이 많이 상할 것 같았다. 나도 그랬으니까.

벌써 7, 8년 전 일이다. 우리 집 막내가 돌을 갓 넘겼을 때였다. 그해 여름은 더웠다. 더위에 지쳐 있던 나는 팥빙수를 만들어 먹고 싶었다. 막 걷기 시작한 아이를 데리고 장을 보러 갔다. 찌는 날씨 때문인지, 아이는 유난히 칭얼댔다. 차 안에 앉히니 답답하다고 울고, 카트에 앉혀 놓으니 내려서 걷겠다고 버둥거렸다.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거나 입에 넣고, 물건을 담으려 카트를 세우면 그사이를 못 참고 안아달라고 보챘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 아름 장본 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보니 팥 통조림이 보이지 않았다. 영수증에는 찍혔는데, 장바구니에는 없었다. 트렁크와 차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퇴근해 들어오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마트로 가봤지만, 팥 통조림을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카트 정리하는 종업원들이 봤을까 싶어 그들에게도 물어보았지만 못 봤다는 대답만 들었다. 실망했다. “에고, 누굴 탓하겠어, 놓고 온 내 잘못이 크지, 칠칠찮게 돈 주고 사온 걸 잃어버리다니, 이런 정신머리하고.”

그 후, 나도 누군가 놓고 간 물건들을 가끔 주웠다. 돈을 주운 적도 있다. 모두 주인을 찾아 주려 애썼다. 이렇게 돌려준 물건은 주인을 찾을 때도 있고 그렇지 못한 때도 있었다. 상관없었다. 단 한 명이라도 자기가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으면 그것으로 나는 족했다. 겪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속으로 끙끙 앓기도 한다. 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이 자주 생기면, 자신감도 없어지고, 병이라도 생긴 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심하면 마음에 병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데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물건을 찾으면 이 모든 게 사라진다. 내 경우에는 그랬다. 그래서 나는 주운 물건을 돌려준다.

오늘같이 추운 저녁, 놓고 간 달걀 한 꾸러미를 찾으러 마트로 달려왔을 그 사람을 생각해본다. 내 작은 수고로, 그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하길 기대한다.


강인숙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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