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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정치 세력화하는 증오단체들

미국 워싱턴 의사당이 폭도에 점거되던 6일 백악관에서 의회로 이어지는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시위대와 함께 걸었다.

휘날리는 깃발에는 주로 ‘트럼프 2020’ ‘미국을 더 위대하게(MAGA)’ 같은 대선 응원 문구가 적혔지만, 의사당 주변으로 갈수록 극우·극단주의에 대한 상징들이 눈에 띄었다. 변형된 성조기와 특정한 문양, 옷차림 등. 이런 표식을 살펴보면 초유의 의사당 난입에 이어, 앞으로도 폭력 시위를 예고하고 있는 이들이 누구인지 짐작해볼 수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제 트럼프 지지 집회에서의 주류는 일반 공화당 지지자들이 아닌, 음모론자·극우세력이 됐다고도 분석했다.

‘3%’ 혹은 ‘스리퍼’라고 불리는 이들은 성조기를 변형한 상징을 들고 다닌다. 반명예훼손연맹(ADL)에 따르면 시민권을 지키는 반정부 무장단체를 표방했지만,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친정부’로 돌아섰다. 대신 공격 대상을 좌파·무슬림·이민자로 바꿨다. 미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맞선 미국 시민은 3%에 불과하다는 검증되지 않은 주장에서 이름을 따왔다.



‘오스키퍼스(Oath Keepers, 맹세를 지키는 사람들)’ 역시 비슷한 성향의 무장단체다. 대선 당일에도 무력행사를 하겠다는 협박을 했는데, 이 모자를 쓴 인물들이 의사당 안에서 발견됐다.

‘프라우드 보이즈’는 지난 대선 TV토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해 유명해진 극우 무장단체다. 이날 시위에서 검은색 옷차림에 주황색 모자로 자신들을 구분 지었다. 사진촬영 때 손가락으로 ‘OK’ 모양을 만들었는데 백인 우월주의를 상징하는 제스처라고 ADL은 설명했다. 펼친 손가락 3개는 ‘백인(White)’의 ‘W’, 동그랗게 만 엄지·검지는 ‘힘(Power)’의 ‘P’를 뜻해, 결국 ‘백인의 힘’이 된다. 민의의 전당에 들어가는 순간에도 이처럼 인종차별 메시지를 전했다.

의사당에 난입한 한 남성은 ‘캠프 아우슈비츠’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치의 악명 높은 유대인 집단수용소로 이곳서 110만 명이 숨졌다.

해골 그림 밑에는 수용소 입구에 붙어 있던 ‘노동이 자유롭게 하리라 (Arbeit macht frei)’라는 문구도 적혔다. 반유대인·인종차별을 내세우는 집단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이 외에도 ‘신나치’를 상징하는 여러 문양이 이날 의사당에서 발견됐다.

남부 연합기를 든 한 남성이 19세기 정치인 찰스 섬너 상원의원의 초상화 앞을 지나는 사진이 공개됐다. 섬너 의원은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다 극우 정치인에게 테러를 당해 평생을 후유증에 시달렸던 인물이다.

남부 연합기는 인종차별, ‘짐 크로우법’ 등을 상징한다. 백인 우월주의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던 이 깃발이 이날 미 의회, 그것도 찰스 섬너 앞에서 휘날렸다.

이제는 많이 알려진 ‘큐어논(QAnon)’을 뜻하는 ‘Q’마크는 이날 집회 곳곳에서 발견됐다. 비밀 관료 집단인 ‘딥 스테이트’가 사실상 국가를 통제하고 있고, 이에 맞서 미국을 구하는 게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믿는다. 최근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음모론까지 퍼뜨리고 있다.

이번 의사당 난입 사태처럼, 한번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올라 온 큐어논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한편 이런 극단주의자들이 일반 공화당 지지자들과 뒤섞이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가 나온다.

증오단체를 연구하는 남부빈곤법률센터(SPLC)의 마이클 헤이든은 “이번 의사당 난입 사태는 트럼프·공화당 지지자와 음모론·증오단체를 그나마 구분 지어주던 낮은 경계마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면서 “정치적으로 답을 찾기 어려운 상태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필규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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