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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는 처음이라서] 은퇴에 관하여

나와 남편은 은퇴를 이 삼 년 정도 앞두고 있다. 은퇴는 우리의 삶에 여러모로 커다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그 이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하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는 은퇴 후가 아니라 아직도 우리가 현역에 머무는 지금이라고 보고 있다.

은퇴 후의 삶은 20~30년을 넘을 수도 있으므로 그 긴 항해를 무사히 하기 위해선 거기에 필요한 자원과 동력을 비축해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사실은 자녀들의 대학 교육이 끝나는 시점에서부터 각 가정에서 제일 먼저 시작해야 하는 일은 여기 필요한 자원을 만드는 일이지 싶다.

안정되고 쾌적한 장기 항해를 위해서 해야 하는 또 다른 일은 배의 몸체를 가뿐하게 하는 일이지 싶다.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집의 모기지나 차의 모기지는 될 수 있으면 갚아버리고 최대한 가뿐한 몸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고,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모든 것을 축소하고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야만 한다는 것이다. 은퇴 전이든 후든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본다면 그것은 가족이다. 그런데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사명감을 가지고 평생 계속해나갈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그 일을 하는 동안 기쁨과 보람을 가질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고 마음을 열어갈 수 있는 일이란 단순한 취미생활이나 특기 생활을 넘어서 그것을 통하여 자신을 구현할 수 있는 진지하고 항구적인 일을 말한다. 자신의 생업이나 전문직이 그것과 맞닿아 있어서 그것을 평생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자신의 마음을 다해 하고 싶은 일과 현재의 생업이 다르다면 지금부터라도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보다는 용기를 내어 도전해 보고 시도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신명을 바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은퇴 후의 생활은 금방 공허해져 버릴지도 모른다. 전에 한 번 유튜브에서 70년대 유행하던 가요의 영상을 아래 수많은 답글들이 달린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신들의 나이를 오십 대 후반에서 칠십 대 중반이라고 각각 소개하고 있었는데 한결같은 내용은 자신의 젊었던 시절을 추억하고 그리워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속절없이 나이 들어 버린 자신에 대한 한탄이고 무력감의 토로였다. 거기 단 한 사람, 자신을 육십 대 후반이라고 소개한 분이 “여러분 공부를 시작해 보세요.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라는 다른 사람들과는 결이 다른 답글을 달았을 뿐이었다. 그때 지금부터라도 각성하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나도 현재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살아가는 노년기를 맞게 되리란 실감이 들었다.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았든 아니든, 부자던 아니었던지, 어디에 살고 있던지 상관없이 사람이 은퇴하고, 나이 들어서라도 가지고 갈 수 있고 계속 삶의 중심이 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인 것 같다. 나머지 일들은 그것을 둘러싼 껍질일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위선재 / 웨스트체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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