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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왈츠를 추는 '행정' 시스템

지난 15일 LA카운티는 다저구장에서 백신 접종 센터를 열었다. 특수직종 접종에서 일반 접종으로 확대하는 전환점이다. 카운티마다 물량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지만 판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험했다.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논란과 충돌, 경제활동과 여행의 금지와 제한, 감염 검사와 자가격리에 이르기까지 전염병 확산 방지에 필요한 거의 모든 코스를 다 거쳤다.

미국을 흔히 시스템의 나라라고 부른다. 하지만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시스템은 빛나지 않았다. 시스템보다는 몸으로 막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14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1.9조 달러를 쏟아붓는 부양책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6번째 부양책이다. 코로나 문제에서 시스템과 효율은 아직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 공백을 돈으로 메우고 있다.

백신과 돈이 언제까지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스템과 이를 유지하는 사회적 합의를 서둘러 회복하지 못하면 코로나 이후의 상황은 더 어려울 수 있다.

미국이 코로나와 부딪힌 시점은 좋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세계권력을 다투는 시점이었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적 입장 차이가 거대한 협곡처럼 벌어져 있었다.

중국과 경쟁은 단순한 힘의 충돌이 아니다. 지금은 에너지가 석유에서 전기로, 산업이 개별 기계에서 사물 인터넷의 연결망으로 성격 자체가 바뀌는 시점이다. 지금 밀리면 미래를 잃는다. 종목은 같은데 잠시 힘에서 밀리는 것이 아니라 종목이 바뀐 상황에서 주도권을 넘겨줘야 한다. 중국이 5G에서 앞서가는데 미국은 현상 유지에 국가 역량을 소진하고 있다.

내부의 상황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마스크 착용까지 정치적 판단이 될 정도로 양 진영의 간극은 타국처럼 멀어지고 있다. 타협과 수용의 민주주의 국가인가 싶다.

미국은 아직도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적인 문제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LA카운티는 아직도 마스크 미착용을 단속하고 벌금을 부과하겠다며 조례안을 만들고 있다. 마스크 싸움은 정치적 불관용과 비타협이 얼마나 일상에 스며들었나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

미국의 내부 갈등은 남북전쟁 이후 최악으로 보인다. 폭력을 의사 표현의 하나로 당당히 내세운 의회 난입을 보면 미국은 지금 내부에서 냉전을 벌이고 있다. 이것이 격화하고 지속할수록 미국이 쌓아온 힘과 에너지는 미래를 여는 동력이 아니라 자신을 해치는 독이 될 수도 있다.

코로나는 행정 시스템의 문제점도 드러냈다. 세상은 랩의 박자로 빠르게 움직이는데 미국의 행정은 왈츠를 추고 있다. 지난번에 1200달러를 받지 못한 이들은 이번에도 600달러를 받지 못했다. 국세청은 몇 달 정도로는 시스템 정비를 못 한다.

가주는 재소자에게만 80억 달러 가까이 실업수당을 지급했다. 대신 마땅히 받아야 하는 이들이 실업수당을 못 받는 일이 적지 않았다. 누가 지키지 않아도 자발적으로 법을 지키되 적발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는 미국 특유의 명예 시스템이 이번처럼 무너진 적이 있을까.

이런 일을 겪고도 시대의 속도에 맞게 시스템을 전환하지 않으면 유사한 위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미국은 정말 중국의 추월을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엇이든 힘을 얻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힘이 다 소진된 뒤에야 멈춘다. 코로나도 그럴 것이다. 당장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100만 건에 육박했다. 코로나 이후 가장 어려운 문제가 무엇일지 가르치는 예고편 같다. 실업수당 지급은 늘어날 텐데 가주고용개발국(EDD)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을까.


안유회 사회부장·국장 ahn.yoohoi@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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