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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업] 또 다른 ‘정인’이는 없어야 한다

돌을 지난 지 4개월밖에 안 된 여아가 양부모의 손에 생명을 잃었다. 복부의 장기가 파열된 채 며칠간 어린이 집에 보내졌다. 아이는 아프다고 보채지도 못하고 구석에서 혼자 고통을 참았다. 어린이 학교 교사들이 두세번이나 아동학대를 보고했지만 경찰도 아동 보호국도 아이를 구하지 못했다.

웃기를 잘하던 7개월 정인이를 입양했던 양부모는 자신들이 학대한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어느 부모도 아이를 학대하거나 살해하려고 폭행하지 않는다. 감정 조절이 힘든 성인은 한 번 때려서 문제 해결이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 볼 생각을 하지 않고 이성을 잃고 폭력을 행사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든 포유 동물들의 원초적 반응이다.

미국에서 아동 학대 방지 및 치료법이 통과된 것은 1974년도다. 소아과 의사 헨리 켐프가 ‘학대받은 어린이 증후군(Battered Child Syndrome)’을 발표했다. 부모의 손에 폭행을 당해 응급실로 실려오는 케이스들을 모은 논문이었다.

수차례 소아과 의사들이 모이는 학회에서 강의를 시도하다가 번번이 주류 의사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1962년도 그는 학회장의 자격으로 전국의 기자들을 초청해 이 역사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그때 충격을 받은 언론인들이 힘을 합쳐 1974년 아동보호법 제정에 적극 나섰다.

한국에서 비슷한 법을 제정하려고 시작할 때 필자는 성민선 가톨릭대학원 교수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갔다. 많은 시민 앞에서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필자처럼 이 법의 필요를 강하게 느끼는 다른 연사는 젊은 여성 변호사였다. 반면 이런 법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반대 측 연사는 한 소아정신과 의사와 보사부 아동 관련 고위 공무원이었다. 둘 다 남자였다.

그들의 주장은 체벌과 학대는 다르기 때문에 구태여 법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를 훈육하고 체벌할 때, 학대 의도로 시작하는 어른은 없다. 다만 인간이라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아동들에게 신체적, 심리적 상처를 크게 줄 수 있어 법으로 막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후 아동 학대 방지법이 한국에서도 통과됐다. 이 법을 취지를 이해해서였는지 아니면 필리핀이나 대만에서도 통과됐으니 우리도 한다는 식이었는지는 모른다.

아동학대와 폭력은 대물림되는 경우가 많다. 어린 시절 폭행을 당한 사람들은 자신이 성인이 되면 절대 폭행을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다시 폭력을 쓴다.

아이들은 한 살까지는 주로 입으로 먹고 마시고 잠자고, 엄마와 가족들을 알아 보며 즐거워한다. 두 살이 되면 엄마의 품을 떠나 걸어다니며 처음으로 독립을 경험한다. 근육도 강해지고 여러 단어를 들어서 언어도 발달된다. 어떤 부모는 이 시기에 아이가 사고를 많이 친다고 너무 억제해 아이의 장래 성격에 나쁜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때 부모들의 과도한 훈육과 나아가서 학대는 아이들에게 깊은 상처를 준다.

정인이 사건은 미국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경종을 울린다. 아이들의 전두엽은 25세까지 성장한다. 이들의 미숙한 행동이나, 조절이 안 된 감정들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좋아진다. 이때 필요한 것은 부모들의 사랑이다. 부모의 칭찬은 아이의 머릿속에 항상 남아 인생의 가장 큰 등불이 되어 빛난다.


수잔 정 / 소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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