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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알래스카의 겨울 풍경

북극의 겨울을 떠올리면 흰 눈이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연상한다. 하지만 북극의 겨울철에는 예고 없는 불청객이 찾아오기도 한다.

첫번째가 눈폭풍이다. 10월 중순부터 11월초까지 영하 30도로 맹위를 떨쳤던 고기압의 위세는 사라지고 저기압의 공격이 시작된다. 저기압의 발원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북해도 상공이고 다른 하나는 하와이 제도다. 저기압은 바다를 지나 알래스카에 도발하기 전까지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포함하게 된다.

얼마 전 눈폭풍을 몰고 온 저기압은 베링해 방향으로 엄습해 왔다. 눈폭풍을 맞은 베링해의 놈, 카츠뷰, 베델 등의 작은 연안 도시는 큰 피해를 당했다. 눈폭풍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알래스카 중앙 도시까지 들어왔다.

페어뱅크스는 인구 9만 명으로 알래스카의 두 번째 큰 도시다. 이곳은 지정학적으로 분지여서 여름에는 섭씨 30도, 겨울에는 영하 40도 이하의 기온을 기록한다.

최근 눈폭풍은 최대 50cm의 적설량을 보였다. 눈으로 곳곳에서 자동차들이 멈춰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알래스카의 운전면허 취득 교재를 보면 겨울철 히치하이커를 발견하면 반드시 태울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차를 태워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을 무시하고 지나가면 준살인죄에 해당된다고 농담처럼 말할 정도다.

틈새 시장을 노린 사람들도 있다. 제설장치를 설치한 트럭들이 작은 골목을 돌면서 가가호호 방문해 차고 앞 눈을 치워 주고 50달러를 받는다.

눈폭풍은 대기 상공에 찬공기가 있을 때 눈으로 내리지만 따뜻한 공기가 있으면 비로 변한다. 원래 알래스카에 내리는 눈은 습기가 없어 눈사람을 만들 수가 없다. 하지만 눈폭풍이 비로 변하면 쌓인 눈과 비가 합쳐져 눈사람을 쉽게 만들 수 있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눈사람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어른들에게는 악몽 그 자체이다

비가 내리면 겨울철 낮 동안은 운전하는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긴 밤이 찾아오면 기온 하강과 함께 도로는 스케이트장처럼 변한다. 그 위에 많은 차량이 달린다고 상상을 해 보라.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차는 제어력을 잃어 빙글 돌면서 도로 옆의 눈더미 속으로 파묻힌다. 아무리 힘센 트럭이니 좋은 설비를 갖춘 차량이라도 빙판 위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이때 가장 바쁜 곳이 경찰서와 토잉회사이다. 사고 차량을 목격한 경찰은 진술서를 작성 후, 바로 토잉회사와 연결해 도로를 일순간 정리해 버린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장소에서 또 다른 사고가 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견인하러 온 토잉트럭이 고장나 같은 회사차가 토잉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눈폭풍과 비의 엄습은 이곳에서 가장 반기지 않는 날씨다. 그래도 이들 저기압은 자연 생태계에서는 필요한 존재이다. 자연의 섭리에서 불필요한 것이 있을까 싶다. 누군가에게는 필요하니 눈도 내리고 비도 오는 법이다. 자연의 섭리를 잃고 현재의 상황에만 바라보는 어리석음보다는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는 삶이 현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엄청나게 쌓인 눈을 치우면서 뜨거운 땀이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희열을 느끼는 것도 겨울철 북극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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