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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2021년 뉴욕의 현대미술 프리뷰

함경아,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다섯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DSK 04-D-05’, 2016~2017, 북한 자수전문가 제작, 무명천에 비단실(North Korean hand embroidery, silk threads on cotton, middle man, smuggling, bribe, tension, anxiety, censorship, ideology, wooden frame, approx. 1000 hrs/1 person) 크기 127x87cm. 2021년 아시아 소사이어티 전시된 작품. [사진 변경희]

함경아,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다섯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 DSK 04-D-05’, 2016~2017, 북한 자수전문가 제작, 무명천에 비단실(North Korean hand embroidery, silk threads on cotton, middle man, smuggling, bribe, tension, anxiety, censorship, ideology, wooden frame, approx. 1000 hrs/1 person) 크기 127x87cm. 2021년 아시아 소사이어티 전시된 작품. [사진 변경희]

2021년 뉴욕은 2020년에 갑자기 멈추어 서버린 기차처럼 선로에 우두커니 서 있다. 천천히 나아가는가 싶으면 다시 멈추고, 섰다가 다시 가기를 반복한다. 저 앞에 보이는 모퉁이를 돌아야 기차역이 보일 것 같은데, 모퉁이에 다다르기도 쉽지 않다.

‘뮤지엄 마일’이라고 불리는 어퍼이스트사이드에 있던 메트브로이어(Met Breuer) 미술관은 이제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에 프릭메디슨(Frick Madison)이 임시로 2년간 고객들을 맞는다. 70가에 위치한 프릭 미술관 본관을 한동안 수리할 예정이어서 75가 매디슨 애비뉴에프릭 매디슨을 열게 된 것이다.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이 건물은 본래 휘트니 미술관이었다.

구겐하임 미술관도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전시 일정이 변경되었다. 미술관 천장에 매달린 거대한 설치작품을 보여주기로 했던 사라 지(Sarah Sze) 작가는 2023년으로 전시를 연기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역시 연기하거나 취소한 전시가 많다.

하지만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와 뉴욕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New York Historical Society) 두 곳은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트리에날레(Triennial)를 야심 차게 함께 진행하고 있다. 원래는 2020년 여름 거버너스 아일랜드와 뉴욕 도심의 여러 곳에서 동시에 열리기로 했었다. 하지만 계획을 수정하여 지난 10월부터 시작한 1부는 오는 2월 7일까지, 그리고 3월 16일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구성의 2부는 6월 27일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혼자 꿈꾸지 않는다(We Do Not Dream Alone)’라는 주제로 마흔 명이 넘는 남아시아,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및 아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 등이 참여한다. 한국 작가로는 김수자, 함경아, 임민욱, 미나 천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베트남 작가인 딘 큐레(Dinh Q. Le)의 영상 작품은 침몰하는 헬리콥터를 증강현실로 무한 반복하여 보여줌으로써 미국의 군사적 헤게모니가 몰락해 가는 과정, 무소불위의 권력도 영원하지 않음을 암시하고 있다.

3월에는 50세를 막 넘긴 줄리 메레투(Julie Mehretu)의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회고전이 휘트니 미술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미국에서 자란 메레투는 건축도면처럼 보이는 초대형 추상화를 제작한다. 문명의 흥망성쇠를 집약적으로 표현한 듯한 그의 작품들은 팬데믹을 겪는 현재 상황에 대한 읊조림 같기도 하다. 원래는 한국 출신 크리스틴 김 큐레이터가 2019년 로스앤젤레스 라크마(LACMA) 미술관에서 기획해 1년 동안 이어졌던 전시다.

2021년 새해 첫날 사람들은 환호와 열기 속에 신년 전야를 보냈던 이전의 관습을 떠올리며 기억만으로 이를 되새겼다. 이럴 때 아시아 소사이어티에서 2월까지 전시되는 함경아 작가의 샹들리에를 한 번 감상하라고 권하고 싶다. 제목이 ‘당신이 보는 것은 보이는 것이 아니다: 다섯 도시를 위한 샹들리에’인 이 작품은 2016~2017년에 걸쳐 제작되었다. 검은 배경에 불빛이 무지갯빛으로 화려하게 반사되는 샹들리에는 놀랍게도 물감 채색이 아니라 수백만의 바늘땀으로 이루어진 자수 작품이다. 제목처럼 보는 것이 다가 아닌 것이다. 설명을 자세히 보니 1m 좀 넘는 직사각형 패널을 자수로 완성하려면 1000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요즘 날마다 주민들의 사망 소식을 들어야 하는 팬데믹 현황 보고와 맞물려 한 땀 한 땀의 실 자국은 마치 어이없이 사라져버린 우리 이웃의 흔적만 같다. 팬데믹이 막을 내리고 나서 이 작품이 다섯 도시에서 공공 미술로 재현된다면 아마도 자수 대신 잃어버린 목숨만큼의 LED 전등이 소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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