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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상식이 ‘통하는’ 정치

정치에서 ‘상식’은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국민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수가 공감하는 상식 수준의 통치가 필요하다.

지난 해 미국 정치는 비상식의 연속이었다. 비상식과 유사한 말로 비정상이 있다. 비상식과 달리 비정상은 정상으로 돌려놓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어 회복 노력이 따른다. 일례로 코로나19의 상황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백신개발과 방역대책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도 결국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반면 그릇된 상식은 주관적인 성향이 강해 바로 잡기가 어렵다. 상식의 가장 큰 장점은 보편성이지만 잘못 주입된 보편성은 파괴적인 아집이 될 수도 있다.

스코틀랜드 상식 학파의 주창자 토머스 리드는 법과 도덕에 앞서는 인간의 근원적이고 직관적인 판단 능력을 상식이라고 했다. 상식의 일부가 도덕이 되고, 다시 도덕의 일부가 법으로 만들어진다. 보편적인 상식은 진리에 가장 근접하고 세상 모든 일에 기초한다. 상식은 법에 우선하기에, 비상식적인 행위는 법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

상식이 미국 정치에서 사라졌다. 지난 6일 워싱턴DC 연방의회 의사당에 도널드 트럼프 지지자들이 난입했다. 언론들은 시위대를 ‘폭도’ ‘테러리스트’로 규정했고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미국의 쿠데타’로 표현했다. 총기로 무장한 경찰이 막았지만 시위대들은 유리창까지 깨고 들어갔다. 시위 과정에서 4명이 사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평화를 유지하라’고 했지만 ‘대선 부정’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위대를 ‘위대한 애국자’로 부르며 심정적인 동의도 표시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확정을 위한 연방상하원 회의장은 폭력과 무질서로 변했고 의원들은 대피했다. 민주주의가 무너진 현장은 세계로 중계됐다. 법 이전에 미국 민주주의를 세운 기본정신인 상식이 깨진 초유의 사건이다.

미국 독립전쟁의 정신적 토대가 됐던 책이 있다. 토머스 페인이 1776년 발표한 ‘상식(Common Sense)’이다. 페인은 이 책에서 영국의 식민지 통치를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독립정신을 고취시켰다. 책 이름이 상식이라고 정해진 것에는 여러 학설이 있다. 그 중 “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식민지 정책을 실시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페인의 연설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토머스 페인은 초등학교 정도의 학력이 전부다. 책에서 법과 도덕을 거론하지 않았다. 그보다 독립의 당위성은 상식이라고 외친 것이 미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트럼프는 법을 통해 바이든이 훔쳐간 대통령직을 찾겠다고 했다. 자신이 지명한 연방대법원 판사들의 법적인 ‘협조’를 기대했고 상하원합동회의를 주재하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는 선거인단 투표결과를 거부해 대선 뒤집기에 나설 것을 종용했다.

법은 지키는 것이고, 도덕은 따르는 것이지만 상식의 본질은 소통에 있다. 법이나 도덕과 달리 상식은 독선적이고 일방적이지 않다. 상식이 제대로 작동할 때 ‘상식이 통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최상의 소통은 서로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상식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상식의 힘은 다수를 이해시킬 수 있는 설득력과 타당성에서 나온다. 트럼프의 부정 선거 주장은 명분을 잃었고 상식적이지 않다. 그의 행동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상식선을 이미 넘었다.

의사당 시위가 있던 날 연방의회는 회의를 속개해 트럼프의 백악관 4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2021년 새해 상식의 정치를 기대한다.


김완신 논설실장 kim.wanshi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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