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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호의 시사분석]정당한 공권력의 집행 vs 인권 침해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가 위스콘신과 일리노이 경계에 위치한 케노샤의 백인 경찰 러스텐 쉐스키의 총에 맞고 쓰러진 것이 2020년 8월 23일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선포와 자가격리 조치 발효로 대부분의 시민들이 집에서 생활하던 때였다. 그보다도 블레이크 총격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었던 사건으로는 이보다 석달 전인 5월 25일 미네소타주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살인 사건이었다. 플로이드는 위조화폐를 유통했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을 경찰 무릎과 땅바닥 사이에 눌려진 채로 방치되다 사망했다. 이 과정이 동영상으로 퍼지게 되자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격분한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일부 시위대가 약탈을 일삼았다. 시위 발생에는 시카고도 예외는 아니어서 다운타운과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방화와 약탈행위가 자행됐다.

플로이드 사건 후 100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흑인 청년이 백인 경찰의 총탄 7발을 맞고 하반신이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하겠다. 한인들도 다수 거주하고 비즈니스 역시 운영되고 있는 케노샤에서 일어난 시위로 인해 인근 일리노이에 거주하던 카일 리텐하우스라는 10대 청소년은 자경단을 자처했고 총기로 무장한 채 시위대와 충돌, 사망자를 발생하는 총격 사건애 연루되기도 했다. 그렇게 2020년 여름은 파급력이 큰 사건이 발생했었다. 팬데믹 속에서 인종갈등과 차별반대 시위, 폭력과 약탈 사건이 이어진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대다수의 주민들이 희생을 감내하고 있는 와중에 발생한 일들이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그렇게 잊혀지고 있었던 블레이크 사건이 새해 초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조사했던 케노샤 지방검찰이 쉐스키를 비롯한 케노샤 경찰에 대해 불기소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쉐스키를 비롯한 관련 경찰들은 직무에서 배제된 채 조사를 받았다. 블레이크 역시 형사 처벌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케노샤 경찰은 불기소 처리를 발표하면서 그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레이크가 자신의 SUV 차량 내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었고 경찰은 블레이크에 발포 하기 전 테이저건으로 제압을 시도했으나 무위로 돌아갔다는 점 등이다.

블레이크 여자친구의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블레이크를 체포하기 위해 테이저건으로 제압하려 했으나 불발됐고 경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차량으로 돌아가 무기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순간 경찰의 총탄에 맞았다는 것이다. 일반에 공개된 동영상은 주로 경찰에 등을 돌리고 차량으로 접근하던 블레이크에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었다. 그 화면만 봐서는 이번 사건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점이 있다.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블레이크 변호인과 지역 인권운동가 등은 경찰이 블레이크에게 7발의 총격을 가했고 차량 안에는 블레이크의 자녀가 탑승하고 있었다는 점, 방탄 조끼를 입은 경찰이 칼을 집으려고 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민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과도한 인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이에 5일 오후부터 케노샤 다운타운 지역에서 항의 행진을 벌였고 케노샤 당국은 주방위군 출동을 요청해 만약에 발생할 수도 있는 사태에 대비했다. 하지만 항의 시위에는 극소수의 주민들만 참여했고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살다 보면 경찰의 과잉진압인지 아니면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는지 그 구분이 불분명한 경우가 종종 있다. 총기 소지가 자유로운 나라에서 경찰의 공무집행에 높은 수준의 위협이 따르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시민들이 경찰 공권력을 인정하고 순순히 따르는 이유는 사회 전체의 공익을 지키는 공권력에 대한 믿음 때문일 것이다. 블레이크 사건을 차분히 돌아보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흑인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차별의 사례인지,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었는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따질 수밖에 없다.

판단의 기본은 미국 사회에 여전히 인종차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공권력의 정당한 집행이라는 두 개 기둥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현실적인 대책이 수립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의 공무 집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친 흑인이 있고 이로 촉발된 폭력시위로 한인들을 포함한 많은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현실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경우가 흔치 않지만 한인 사회에서도 나와 동떨어진 문제로 치부하기에는 휘발성이 강한 사안이다. 결국은 다른 인종에 대한 부지불식간의 차별과 얕봄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객원기자]


박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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