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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칼럼] 올해 인플레이션 향방, NICE 캐치?

“오늘 기자회견은 내가 사임하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주기 위함이다.” 1979년 10월 6일 토요일 저녁 미국 전역에 울려 퍼진 이 발언은 오늘날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폴 보커(Paul Volcker) 당시 신임 연방준비은행 의장(1979.8~1987.8월 재임)이 예정에 없던 긴급 통화정책회의를 개최하고 높은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는 자리에서 던진 일성이다.

이날 그는 자신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비난에 맞서 양대 통화정책 목표의 한 축인 완전고용을 희생해서라도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킬 것임을 분명히했다. 이후 실업률 급등을 감내해 가며 10%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최대 20%까지 인상하였고, 마침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기대비 12%를 정점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40여 년에 걸친 물가안정의 시대는 그렇게 찾아왔다. 머빈 킹(Mervyn King) 전 영국중앙은행 총재는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 걱정 없이 경제성장을 누릴 수 있는 이 새로운 시기를 NICE(Non-Inflationary and Continuous Expansion) 시대라고 명명하며 높이 평가했다.

대다수의 경제전문가는 올해도 NICE 시대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급락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 그동안 억눌렸던 소비의 증가 등이 올해 일시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전자상거래 확대 등 구조적인 저물가 요인 지속 등으로 연준의 장기 물가목표인 2%에 도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올해 이후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높아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이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40여 년 만의 통화정책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이다. 1979년 보커 전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정책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던 것과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해 8월 파월 연준 의장은 저물가·저금리 장기화가 통화정책의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했다면서 금융안정이 위협받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이 수년에 걸쳐 평균 2%로 높아질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러한 변화는 연준의 중기 경제전망에 잘 드러나는데, 금년 하반기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 형성 및 2022년말 완전고용 수준에 근접하는 경제회복을 예상하면서도 최소한 2023년까지는 제로 정책금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주목하는 것은 재정건전성 패러다임 전환과 부채가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낮은 금리에 돈을 빌리는 현상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기업 또한 중앙은행이 국채금리 급등을 막아주고 안전망을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부채를 늘리고 있다. 문제는 향후 유동성을 줄이고 금리를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때 부채위기 우려와 정치적 압력으로 필요한 대응이 미뤄질 소지가 다분하고, 결국 화폐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지만 코로나19가 여전히 확산 중이고, 내년에도 인플레이션이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중론인 현 상황에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은 지나친 기우일까? 이러한 물음에 파이낸셜 타임즈는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거짓 외침이 마지막에는 사실이었다는 점을 잊지 말라면서 지금 우리가 그 변화의 길목에 다다랐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어떤 경우든 인플레이션이 정부정책과 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그 향방에 관심을 두는 것이 적어도 방심하는 것보다는 우리의 삶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김신영 / 뉴욕사무소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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