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올해의 사자성어 ‘我是他非’ <아시타비>
대학교수 단체가 발행하는 주간지 ‘교수신문’은 매년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교수들이 추천한 후보를 놓고, 설문조사로 결정한다. 첫해인 2001년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었다. “사회가 나아가는 방향이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지난 20일 발표된 올해의 사자성어는 아시타비(我是他非)다. ‘나는 옳고 남은 틀렸다’는 뜻이라 한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어로 옮긴 신조어라는데, 유래야 어떻든 부정적이기는 매 한 가지다.
올해 탈락 후보 중 유독 눈길을 끄는 게 있다. 5위 천학지어(泉?之魚)다. ‘마른 샘의 물고기’라는 뜻인데, 대개 상유이말(相濡以沫, 거품으로 서로를 적심)과 함께 쓴다. ‘장자(壯子)’의 ‘대종사(大宗師)’ 편에 나온다. 가뭄이 심했던 어느 날, 길을 가던 장자는 바닥을 드러낸 샘을 지났다. 샘에서는 물고기가 등을 드러낸 채 허덕였다. 장자는 다음 날 다시 샘을 찾았다. 물고기는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장자는 물이 완전히 마를 내일이면 물고기가 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 다음날 물이 완전히 마른 샘에서 물고기들은 거품을 품어 서로를 적시며 버티고 있었다. 극한의 어려움 속 서로 돕고 살아가는 모습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 국민 신세가 천학지어였고, 어떻게든 살아내려는 노력이 상유이말이었다. 매사 아시타비하고, 당동벌이하고, 자기기인하는 정치권 공명지조들이 알기는 할까. 국민이 그렇게 버티고 있다는 걸. 더는 버틸 수 없게 될 경우 군주민수의 끝이 무엇인지를 말이다.
장혜수 / 한국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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