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토크] 듀럼 특검의 칼날 끝은
대다수 주류언론이 애써 보도를 피하는 게 있다. 바로 전 연방수사국(FBI) 변호사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측간 공모 의혹 수사 착수를 목적으로 서류 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사실이다. 전직 FBI 요원으로서 트럼프 캠프 수사에 관여했던 케빈 클라인스미스 변호사가 허위 서류를 제출한 장본인이다.클라인스미스는 2016년 트럼프 캠프에서 외교정책 고문을 맡았던 카터 페이지 감청 신청서를 감시법원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했다. 클라인스미스는 FBI 근무 당시 감청 연장 신청에 앞서 페이지가 CIA 연락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CIA 측에 이메일로 물었다. CIA 측은 "있다(Yes)"고 대답했으나 클라인스미스는 이를 정반대 뜻인 "노(No)"로 조작하면서 FBI의 트럼프 캠프 사찰이 시작됐다. 이 정도면 중대뉴스 아닌가? 지난 8월에 터져나온 초대형 뉴스지만 무조건적으로 민주당 편만 드는 메인스트림 미디어는 이를 단신처리하기 바빴다. 그의 유죄를 받아낸 이는 존 듀럼 특검이다.
한국이나 한인언론 중 이를 보도한 매체는 거의 없다. 절대 반길 수 없는 메인스트림 미디어의 막강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클라인스미스는 FBI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혀 6개월형을 받을 전망이다. 내년 1월에 최종형량이 결정된다.
듀럼은 원래 코네티컷 연방검사로서 트럼프 캠프-러시아 내통 스캔들을 누가 조작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수사 경과가 심상치 않아서인지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이 지난 10월에 그를 특검(Special Counsel)으로 전격임명했다.
로버트 뮬러 특검이 트럼프 캠프-러시아 내통 스캔들을 수사했다면 듀럼 특검은 반대로 이 스캔들이 태동하게 된 진원지와 배후 인물들을 역추적하고 있다. 이런 급반전도 없다. 듀럼 특검의 수사에는 뮬러 특검 임명 배경까지 포함될 수 있다. 당시 사실상 법무장관 역할을 했던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차관이 뮬러 특검 임명에 있어 다른 속셈이 있었는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내통 스캔들 수사로 억울하게 피해를 본 이들이 있다.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폴 매나포트 전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 로저 스톤 등이다. 이들이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모두 절차위반 범죄(process crime)로 기소됐다. 특히 플린의 경우 조 바이든이 주도하고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요원 2명을 보내 위증을 유도하려 한 정황까지 포착됐다. FBI 요원 피터 스트럭의 당시 메모에 따르면 플린은 위증을 저지르지도 않았다. 플린은 나중에 변호사를 시드니 파웰로 교체한 뒤 위증 인정을 번복했다. 현재 부정선거 소송전을 치르고 있는 파웰은 당시 FBI가 그의 아들까지 조사하려 나서자 아들을 지키겠다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유죄를 인정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린 매나포트 스톤을 모두 사면했다. 이들은 '러시아 내통 스캔들' 음모 피해자였다는 게 그의 사면 명분이다.
듀럼 특검의 수사 진척도 상당히 이뤄진 듯하다. 트럼프는 듀럼 특검에게 연방대배심 앞에 제출할 증거물에 대한 기밀해제 권한을 부여했다고 워싱턴 익재미너가 지난 22일 보도했다. 바 전 법무장관도 내통 스캔들을 두고 "그런 나약한 증거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청문회에서도 그는 트럼프와 그의 캠프가 "스파이행위를 당했다(Spying did occur)"고 했다.
2016년 대선은 2020년 대선과 맞물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첫 임기 내내 특검 수사 그리고 주류언론의 "러시아" 합창에 시달렸다. 러시아의 도움이 없었다면 대통령이 될 수 없었다는 게 언론 내러티브였다. 그랬던 언론이 거꾸로 트럼프에게 부정선거 의혹을 접으라고 강요하고 있다. 미 대선 역사상 최초로 주요 경합주들이 나란히 약속한 듯 개표 중단을 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러시아 음모론을 주도했던 것도 언론이다. 이제 와서 "미국 대선에는 그 누구도 관여하지 못한다"는 비판은 헛소리로 들린다.
원용석 사회부 부장·정치 담당 won.yongsu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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