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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TALK] 고별

‘음악의 아버지’ 바흐, ‘천재’의 대명사 모차르트, 그리고 ‘음악의 성인’ 베토벤, ‘피아노의 시인’ 쇼팽… 삼척동자도 알만한 작곡가들이다. 이들은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 사람이라도 고개를 끄덕일만한 위대한 작품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굵직한 업적을 이룬 대가에 반열에 올라있다.

그럼 요제프 하이든은 어떤가? 오늘날까지 형식을 유지하고 있는 교향곡이나 협주곡, 소나타, 현악사중주와 같은 모양새를 확립한 장본인이 하이든이다. 음악사적으로 업적을 따져본다면 하이든만큼 저평가된 인물이 또 있을까. ‘천재’나 ‘악성’, ‘시인’에 비하면 그를 설명하는 마땅한 수식구가 없기도 하거니와 상대적으로 존재감도 떨어지고 마니아층도 부족하다. 그러나 여전히 하이든의 작품은 그만의 고유한 특성이 빛난다.

70여 곡에 달하는 현악사중주와 100곡이 넘는 교향곡을 작곡했으니 엄청난 필력을 가진 작곡가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23개의 현악사중주를 남긴 모차르트는 1785년 여섯 곡의 현악사중주를 ‘하이든 현악사중주’라는 이름을 붙여 출판했다. 모차르트의 여섯 곡의 ‘하이든 현악사중주’는 그를 대표하는 실내악 작품으로 평가된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은 하이든이었지만 몇 번의 고비와 위기를 지나면서 음악 애호가였던 귀족 에스테르하지 가문에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 인연은 음악가로서의 그의 운명을 바꿔 놓았다. 하이든은 30여 년 동안 생계 염려 없이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음악 총책임자로 활동하면서, 악단을 직접 운영하면서 엄청난 양의 작품을 작곡했다. 안정된 시스템을 가지게 된 하이든에게는 이보다 더 큰 행운은 없었다. 그만큼 다양한 음악적 상상력을 실험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45번 교향곡에는 ‘고별’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는데, 이 작품만의 재미있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 악장이 후반부로 갈수록 단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다. 결국 현악기 주자 몇 명만 남기고 지휘자도 지휘봉을 내려놓고 무대 뒤로 향한다. 하이든은 누가, 언제 무대를 떠나야 하는지 순서를 정해 악보에 표시해 뒀다. 제일 마지막 순간까지 무대를 지키며 음악을 마치는 연주자는 바이올린 두 명뿐이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미리 퇴장했던 모든 연주자가 다시 자리로 돌아오면 비로소 연주가 마무리된다.

저명한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마지막 두 명이 연주를 마치고 퇴장했는데도 빈 무대에 남아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지휘봉을 휘저으며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지휘자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흥미롭게 연출을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이든은 고별이라는 무거운 이야기를 위트와 웃음으로 녹였다. 그래서 그의 메시지는 직설적이고 더 선명하다. 잠시 떠난 단원들은 곧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에 하이든의 고별은 진짜 고별이 아니다. 2014년 6월 첫 주말에 ‘한 걸음 더 가까이’라는 칼럼으로 시작해 6년 7개월 동안 이 지면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시간에 쫓겨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성급히 나눈 글을 보며 쥐구멍을 찾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몇 번의 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종종 만나는 응원과 격려를 자양분 삼아 지금까지 161편의 칼럼을 쓰며 잠시나마 글쟁이 흉내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었다. 김동민의 클래식Talk는 이 문장으로 갈무리하지만, 곧 글이 아닌 무대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김동민 /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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