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카우보이의 후예들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자기의 조상을 미화하려고 합니다. 그리스는 우리의 조상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나라라고 하고 BC 600년경 호머가 일리아드를 쓴 나라라고 찬양을 합니다. 이탈리아는 우리는 로마제국의 후손이라고 자랑을 하고 이란 사람들은 우리는 페르시아 왕국의 후손이라고 합니다. 몽고에 가면 크고 자랑할 만한 것에는 모두 칭기즈칸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울람바탈의 제일 좋은 호텔도 칭기즈칸 호텔이고 제일 중심가도 칭기즈칸로이고 제일 큰 광장도 칭기즈칸 광장입니다.미국에 처음 온 사람은 청교도들인데 1620년 영국에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66일동안 항해를 하여 매사추세츠의 플리머스에 도착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10여 년 전 1607년 제임스 타운에 상륙하여 자리를 잡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숨기지는 않지만 자기들의 조상은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온 청교도라고 주장합니다.
요새 코로나19 때문에 갇혀 있어 영화관에는 못 가지만 집에서 매일 영화를 한 개 이상을 봅니다. 제가 은퇴를 하기 전 아주대학의 박명철 교수가 영화를 좋아하는 나를 위하여 1 TB의 USB에 영화를 한 1000개 넣어 주었고 치과 대학의 이종갑 교수가 한 600개를 넣어 주고 그 후에 다시 한 500개를 넣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나가서 DVD를 샀는데 한 세트에 존 웨인 영화만 70개를 넣어 파는 것도 사고 007 제임스 본드 영화도 27개를 모두 샀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나 Ondemand. Hulu, Neflix, Google Play, Roku에 들어가면 영화를 영화관에 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새 나오는 SF 영화보다는 웨스턴 카우보이 영화가 제일 많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미국이 청교도들의 정신을 존중하는 후손일까 하는 의심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 서부영화는 미국의 서부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서부영화라고 하는데 미국의 서부는 동부보다 몇 배나 넓습니다. 제가 오하이오에 살았는데 뉴욕에 와서 동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면 오하이오는 중서부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대서양에서 펜실베이니아주 하나만 지나면 모두 서부입니다. 그런데 동부인 버지니아도 웨스트버지니아도 조지아도 거의 서부로 취급을 합니다. 여기의 남자들은 말을 타고 총을 쏘면서 소나 말을 기르고 황야를 달립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그들이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총을 쏘아 사람을 죽이고 술을 마시고 도박을 하고 담배를 피고 싸움을 하고 여자들을 희롱하는 것 입니다. 여자들은 돈 있고 싸움 잘하는 남자면 무조건 좋아 합니다. 어느 영화를 봐도 술집이 동네의 중심지에 있고 남자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도박을 하고 주먹싸움을 하고 좀더 진전되면 총으로 싸워 죽이고, 돈을 벌면 여자를 만난다는 이야기 가 주류입니다.
물론 이야기 중에는 권선징악으로 정의가 이긴다는 줄거리가 있지만 이건 청교도들이 가져온 문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지금 총기를 규제하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번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이 죽으면서 야기된 여론에 경찰의 기금을 줄이고 군의 예산을 삭감하라는 민주당의 목소리가 커지자 앞으로의 치안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무기상 앞으로 몰려들어 권총이 동이 났다고 합니다. 앞으로 정말 다시 카우보이 사회가 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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