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인지부조화의 사회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흑과 백의 두 종류로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미국 행동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1919~1989)는 이 우화에 주목한다. 알고 있던 지식과 현실이 다를 때 인간이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연구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게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이론이다. 페스팅거가 초점을 맞춘 건 인지가 아닌 부조화였다.
최종 면접에서 낙방하고 회사를 나서면서 “조만간 망할 회사니 차라리 잘됐다”며 혼잣말을 내뱉는 게 대표적인 인지부조화다. 충만했던 자신감과 불합격이란 현실이 만나는 순간 심리적 부조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를 확인한 페스팅거는 생각의 방향과 경험·의견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부조화를 해소하는 과정 그 자체가 인간의 본성이라고 봤다.
문재인 정권 들어서 탄생한 거대한 심리 실험실은 인지부조화 이론이 옳았음을 증명한다. 국토교통부 장관은 20번 넘게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먹히지 않자 통계를 믿을 수 없다고 선언한다. 전형적인 현실 부정이다. 법무부 장관 사례도 딱 들어맞는다.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 문제를 지적하다 법무부 내부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입을 닫았다. 국정을 총괄하는 문 대통령도 이런 쟁점은 입에 올리지도 않는다. 부조화에서 벗어나려는 심리적 회피다. 인지부조화 관점에서 보면 내로남불은 부조화 증상을 사라지게 만드는 특효약이다. 자신에게만 느슨한 잣대를 들이댄다.
페스팅거는 부조화에 노출된 기간이 길수록 이에서 벗어나는 게 어렵다고 주장한다. 집단이 부조화 상황에 놓여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는 이렇게 조언한다. “부조화에서 벗어나려는 건 식욕 해소와 같은 기본적인 행동 방식이라는 걸 알아야 해요. 인지부조화 이론이 주는 교훈은 인간의 본성을 포함한 세상 모든 게 검은색과 백색 딱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강기헌 / 한국 중앙일보 산업1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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