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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이웃들

#바로 옆집에 살던 노부부가 지난달 아이다호로 이사를 갔다. 11년간 담벼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을 나눴던 이웃이었다. 평생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했던 할아버지는 차고에서 뭔가 뚝딱거리고 있으면 언제나 “도와줄 것 없느냐?”고 묻곤 했다.

할머니는 정원 가꾸기 전문가였다. 사시사철 깔끔한 정원을 자랑했다. 뒤뜰에서 텃밭 일을 하고 있을 때면 가지치기 방법 등 원예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때면 서로의 문 앞에 선물을 놓아두기도 했다.

어느 날 옆집 뜰에 부동산 업체의 사인이 붙었다. 이상해서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을 했다. 리스팅에는 올라와 있지 않았다. 며칠 후 할아버지를 만나 물었다. 아이다호로 이사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이웃이었다. 할아버지는 아쉬워하는 내게 이유를 설명해줬다. 가족·친구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였다. 캘리포니아 집을 팔면 아이다호에서 새 주택을 구입하고 나서도 많은 돈이 남는다고 했다. 여생을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게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20대에 이사와 45년간 세 아이를 키우고 보금자리가 되어 준 손때 묻은 집을,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LA한인타운에서 오랫동안 구이집을 운영해온 한 업주는 몇 년 전 텍사스에 사업체를 오픈했다. 그리고 앞으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매장을 팔고 텍사스로 완전히 이주하겠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장사하기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세금도, 노동법도, 높은 임금도 사업체를 운영하기에는 너무 힘겹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캘리포니아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다저스에서 공격형 포수로 명성을 떨쳤던 마이크 피아자는 캘리포니아를 떠나기 위해 짐을 꾸리고 있다. 목적지는 역시 텍사스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아내를 만나 10년을 오렌지카운티에서 살았지만, 이제는 떠나야할 때라고 했다. 그는 “기회를 위해 골든스테이트에 왔지만 론스타 주에 더 좋을 기회가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고 이주 이유를 밝혔다.

그렇게 하나 둘 캘리포니아를 떠나고 있다. 연방센서스에 따르면 2019년 한해에만 65만3000명이 캘리포니아를 떠났다. 역으로 유입된 인구는 48만 명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캘리포니아는 17만3000명의 주민을 잃은 셈이다.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주한 부동산업자 마리 베일리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의 대부분이 나처럼 캘리포니아에서 이주해온 사람들”이라며 “이들을 통해 올해만 2000만 달러의 주택 매매를 성사시켰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탈가주 현상이 코로나 팬데믹이 터진 이후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엑소더스(California Exodus)’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이유는 명료하다. 누구나 알고 있고 누구나 공감하는 이유다. 주민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고세율과 반기업 정책, 노동법, 높은 생활비와 주택가격, 가주의 진보적인 교육 정책, 매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산불, 그리고 이제는 코로나 재확산까지 더해지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한숨은 깊고, 기회의 땅 ‘골든 스테이트’라는 별칭은 무색하기만 하다. 좋은 날씨로만 주민들의 발길을 붙잡기엔 역부족인 듯 보인다. 가주 정부는 누구를 위해 정책을 펴고 있는지, 왜 주민들이 떠나야만 하는지 고심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캘리포니아를 사랑하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 더는 좋은 이웃을 잃고 싶지 않아서다.


오수연 /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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