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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과 철강

도널드 저드 특별전 ‘저드 (Judd)’,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2020-2021). 사진 변경희(9/24/2020).

도널드 저드 특별전 ‘저드 (Judd)’,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2020-2021). 사진 변경희(9/24/2020).

20세기 중반 현대건축의 모더니즘 스타일은 철강과 유리, 콘크리트의 환상적인 조합을 통해 규격화된 격자형 공간을 수십 층씩 쌓아올렸다. 이와 동시에 강철로 만든 사각형 모양의 미술 작품도 연이어 선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 1938년생)의 ‘균등 (Equal)’이다. 1960년대 구상된 이 작품은 8개의 철강 상자로 이루어졌는데, 각 상자는 가로 5피트, 세로 5.5피트, 높이 6피트에 두께만 해도 5cm가 넘어 무게가 무려 40톤이나 된다. 작품의 제목처럼 상자의 방향은 다 달라도 각 그룹의 높이는 11피트로 일정하게 배치하였다. 지금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전시된 작품은 2015년 새로 제작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 독일 미술작가 요셉 보이스는 ‘“진공-물체”에서 나온 철강 서랍(Iron Chest from “Vacuum Mass”)’(1968)이라는 작품을 내놓았다. 본인이 직접 ‘행위(action)’ 예술을 하면서 자전거용 펌프를 반쪽 십자가 모양의 철강 상자에 넣고는 뚜껑을 덮고 금속용접기로 상자를 봉했다. 이 퍼포먼스의 결과물인 작품은 녹이 슨 철강 상자의 모습으로 전시장에 설치되곤 한다. 대부분의 관람객들은 구석에 버려진 낡은 쇳덩어리처럼 인식할 뿐 행위의 의미나 십자가 모양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런 파격적인 행위를 통해 일상의 친근한 사물들 혹은 버려진 쓰레기 등이 ‘미술 작품’으로 변모했다.

미국 조각가 데이비드 스미스(David Smith, 1906~1965)는 1930년대부터 철을 연마하여 조각품을 만들었다. 50년대에는 산소 용접기를 사용해 철강 가닥을 마치 붓이 그린 선처럼 연결하여 육중한 무게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추상 조각품을 완성하였다. 회화에 잭슨 폴록의 물감 뿌리기 추상화가 있다면 조각에서는 스미스의 추상표현주의적이고 미국적인 자유로움이 잘 드러난 작품들이 있다.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상설 전시되어 있는 ‘오스트레일리아’(1951)와 동 뮤지엄의 조각공원에 있는 ‘큐비X’(1963)가 대표작이다. ‘큐비X’는 교통표지판, 혹은 방향을 알려주는 교통 경관의 모습으로 서 있는데, 색깔은 알루미늄의 연마된 은색이지만 실제로는 강철 큐브가 여러 개 연결되어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큐비 시리즈의 작품을 20개 정도 만들었고, 같은 시기 밝은 색깔의 강철 패널을 조합한 지그 시리즈도 제작했다. ‘지그 VII’(1963)는 노랑, 파랑, 주황의 색도화지 같은 컬러의 강철판들이 네 개의 바퀴가 달린 발판 위에 천체망원경처럼 비스듬히 서있다. 지그는 ‘지구라트(Ziggurat)’라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거대한 벽돌 타워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 작품은 지구라트의 경사진 계단을 연상시킨다.

스미스의 스튜디오보다 훨씬 남쪽으로 내려오면 뉴욕시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록태번(Rock Tavern)에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r, 1936년생)의 작업장이 있다.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리쳐드 세라 등과 함께 미니멀리즘의 거장으로 알려진 스텔라도 강철을 사용한 설치미술작품을 제작했다. 1983년에 나온 플레이스쿨(Playskool) 시리즈는 채색된 알루미늄 합판을 브론즈, 강철 등과 함께 조합한 일종의 메탈 콜라쥬이다. 아이들이 도화지에 색종이를 오려 붙이듯 여러 종류의 채색된 금속 재료를 조합하여 장난스러우면서도 멋진 현대적 조각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록태번 마을에 딕 폴릭(Dick Polick)이 시작한 폴릭 탈릭스 주물제작소가 90년대 옮겨왔다. (10월12일자 딕 폴릭에 기고문 참조) 딕 폴릭의 회사는 최근 UAP라는 디자인 스튜디오의 일원이 되었다. 어반 아트 프로젝트(Urban Art Projects; UAP)는 쌍동이 형제인 다니엘 토빈과 매튜 토빈(Daniel Tobin and Matthew Tobin)이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및 미술품 제작회사이다. 이들은 현대 도시환경에 미술설치작품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작비와 운송비가 수십 억에 달하는 금속 미술작품 또는 건축 조형물을 쉴새 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강철로 만든 작품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제프 쿤스(Jeff Koons, 1955년생)의 ‘풍선 강아지 Balloon Dog (Orange)’이다. 이 작품은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풍선이 주는 느낌 그대로지만, 놀랍게도 반들반들한 표면은 스테인리스 스틸을 특수 연마해 거울처럼 투명하게 가공하고 거기에 색채를 입힌 것이다. 이들 시리즈는 1994년부터 2000년에 걸쳐 캘리포니아 썬밸리(Sun Vallery)의 칼슨(Carlson & Co)에서 제작되었는데, 이 회사는 1971년 피터 칼슨이 창립했다가 2010년 칼슨 베이커 아츠(Carlson Baker Arts)라는 이름으로 칼슨과 존 베이커가 공동 경영자가 되었다. 오렌지색 풍선 강아지는 2013년에 피터 브랜트(Peter Brant)라는 미술품 소장가가 크리스티 경매에 내놓아서 5840만 달러(한화로는 600억원 이상)에 팔려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30년대 데이비스 스미스의 손으로 만든 강철 작품이 20세기 현대문명의 발전에 부산물처럼 내몰린 어느 뒷골목같은 투박한 느낌을 준다면, 21세기 제프 쿤스의 작품은 마치 강철이 아닌 듯, 거울처럼 부서질 것 같은 반질거림이 매혹적이지만 위태롭게 느껴진다. ‘풍선’이라는 제목처럼 핀으로 찌르면 곧 바람이 빠지면서 터질 것만 같다. 이 투박함과 가벼움 사이의 균형을 원한다면 지금 뮤지엄 오브 모던 아트에서 열리는 도널드 저드 특별전을 가보면 어떨까 싶다 (2021년 1월 9일까지).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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