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 겨울을 건너
오래 방치되어아픔만큼 깊게 습해진 기다림
이제 툴툴 털고
과속도 말고 저속도 말고
가볍게 여장을 꾸리겠습니다
너무 느려 주저앉을까
너무 빨라 넘어질까
가끔은 속력을 더 내기도
가끔은 허둥대기도, 멈춰 설 수 없어
에이는 눈물일랑 멀리 두겠습니다
이 맑은 흐름이 내 주변을 흘러
푹 젖어들 때에도
조심스레 껴안으며 나아가겠습니다
저울 같은 그대
종일토록 내 마음
군불지피는 다음 정거장은
뿌리가 따스한 또다시 움트는 계절입니다
아쉬움도 털고 조바심도 털고
지금 여기는
당신의 교통질서 구간
그 지시대로 정속만 하겠습니다
김영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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