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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다시 가을이 와서

추석을 지나서야 갈 수 있던 외갓집

먼지 일으키며 달린 버스에서 내려

또 한참을 논둑길 고갯길 지난 끝에

서로 머리를 맞대듯 있던 마을



내려다 보이는 성황당 고갯길

어느 해 겨울 돌무덤 곁에 솔잎 쓰고

서있던 눈사람의 기억

돌배 씹던 입맛으로 살아나고

들어선 외갓집 마당엔 붉은 고추

그 한 켠 평상엔 대추가

처마 끝엔 곶감이 마르고 있었지

서둘러 굳은 송편, 햇밤을 찌시고

밀국수로 점심을 챙기시던 외할머니

어머니 칼국수는 외면하던 입맛도

이어주신 할머니 손맛에 눌려 버리고

돌아 오던 낙엽진 앙상한 나무 서있는

고갯마루에서 뒤돌아 본

마을 어귀에 손 흔드시던 외할머니

추석을 지나서야 외가에 가야했던

어머니의 시집살이 이제서야 알겠다


석정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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