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잔 드시려나

이 아침엔
잔에 가득 차오르는 먼동
그런 가을 한 잔 드시려나

산바람 스쳐 자란 머루와 다래
산과 향 한 잔 드시려나

나무숲 잎잎이 바람 탈 때

찰랑이는 달빛 한 잔 드시려나

가도 가도 외딴 나그네 길에
첩첩이 푸른 산빛 한 잔 드시려나

설악의 단풍숲 타오를 때에
불이 붙은 동해바다
물노을 한 잔 드시려나

그리움도 여물어 빛이 돌고
기쁨도 여물어 제 맛이 드는
그런 가을 한 잔 드시려나

하늘 빛 푸른 잔에
들녘의 황금 물결 아득한
그런 가을 한 잔 드시려나


유병옥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