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주의 공포를 매력적인 B급 호러로
안테나(The Antenna)
아파트 건물 곳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검은 액체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파트 주민들이 하나둘 그 액체에 접촉하는 순간 얼굴 없는 기이한 형체로 돌변한다. 통치자의 TV 방송은 주민들의 심리에 불안감을 더한다. 메멧의 숨죽이는 수색이 시작된다.
오르쿤베흐람의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는 B급 호러 영화 같은 느낌으로 진행되지만, 비평가들과 장르 마니아들의 찬사를 받을 만한 요소들이 다분하다. 변질한 인체들, 정신분열, 미니멀리즘의 표현 도구들은 ‘더 브루드’,‘스캐너스’ 등과 같은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 작품들을 연상시킨다.
베흐람은 지금의 터키 상황을 ‘디스토피아’로 본다. 괴기스럽게 묘사되는 베흐람의 표현들은 터키 사회가 겪고 있는 불안한 정치 상황과 사회적 혼란에 대한 풍자이며 전체주의적 억압에 대한 비판이다. 안테나는 사람들의 일상까지 감시하려는 통치자의 도구이다. 통치자에 의해 암울한 공간에 가두어진 개인들의 사투는 억압받는 시민들의 불안과 공포이며 또한 저항이다.
베흐람은 초현실적이고 상상력 가득한 이미지들로 충격 요법을 동원한다. 관객들은 그로테스크한 베흐람의 표현양식 안에서 그가 의도하는 어두운 풍자와 비판을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찾아가야 한다. 토론토국제영화제 참가작품. 115분.
저예산 SF영화에 걸맞은 프로덕션 디자인, 촬영과 음향에도 세밀한 의도들이 담겨있다. 버추얼 시네마, VOD.
김정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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