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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냉콩국수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다친 턱이 욱신거린다

죽음의 문턱에서
하나님이 보호해주셔서 살아났다

삭신이 쑤시고 아프고 결리고


파김치가 되었는데

믿음의 친구가 손수 콩국수를 만들어
병문안 왔다

먹고 싶던 참에
갈아 온 콩물에 얼음을 섞어
토마토 오이 썰어 넣고 콩국수를 만들어
오랜만에 친구와 둘이서 맛있게 먹는다

정말 고마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데
갑자기 엄마가 아른거린다
엄마가
삼복더위에 늘 만들어 주시던 냉콩국수

한국전쟁 때 돌아가신 아빠가
좋아하셨던 콩국수라며 울먹이시던 엄마

고운 국숫발이 엄마의 긴긴 사연인 양
매끄럽게 넘어갈 때마다 엄마의 아픈 가슴을 읽었다

엄마 아빠 안 계셔도
믿음의 친구가 대신 내 노년을 포근하게
감싸주니 그저 하나님께 감사한 마음뿐인데

시원한 국수에 더위를 잊으니
오늘따라 울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


김수영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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