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인종차별 시위와 대선의 함수관계
인종시위는 선거 뇌관
폭력은 역효과 가져와
공감의 가교 역할 필요
그가 57년 전 8월 28일 “나에게는 꿈이 있다”며 평등과 공존의 이상을 쏘아 올린 바로 그 날 그 자리에 이번엔 그의 손녀가 섰다. 12살 욜란다 르네 킹은 군중에게 외쳤다. “할아버지는 우리가 새로운 투쟁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바로 진정한 평등을 위한 단계이고, 바로 지금이라고.”
평등을 향한 절규는 뜨겁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목 눌려 숨진 사건에서 촉발된 시위는 그 정점을 가늠하기 어렵다. 제이콥 블레이크가 경찰 총 7발을 맞고 쓰러지고 대니얼 프루드가 경찰 복면을 쓰고 질식해가는 모습은 성난 민심에 계속 기름을 부었다. 그렇게 미국 대선의 뇌관으로 전면에 등장했다.
시위와 대선은 어떤 함수 관계가 있을까? 프린스턴대 교수 오마르 와소우의 논문 ‘1960년대 흑인 시위는 엘리트, 여론, 선거를 어떻게 움직였나’(2020.5)는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1964년과 68년, 72년 세 차례 대선에서 비폭력 시위 카운티는 민주당의 백인 표가 최대 1.6% 증가했지만, 폭력이 일어난 곳에선 백인 표가 무려 7.9%까지 공화당 쪽으로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유는 이렇다. 비폭력은 이질적 집단 간 가교를 만들고, 공감을 위한 잠재력을 창출한다. 그러나, 폭력은 역효과를 부른다. 대표적인 게 원진 사고방식(Circle-the-Wagons Mentality)이다. 시위가 폭력성을 띠면 백인의 안전 희구 성향이 강해져 서부 개척시대 인디언 습격에 대비해 마차로 원을 형성하는 것 같은 보호 기제가 작동한다는 것이다.
공화당 대선 주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블레이크 사건이 발생한 위스콘신주 커노샤로 향했다. 피해자는 외면한 채 경찰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옹호하고, 시위대에겐 무정부주의자, 폭도라는 틀을 덧씌워 폭력성을 부각했다. 트럼프 재선 전략의 핵심축이다.
마틴 루터 킹이 백인 우월주의자에게 암살당한 1968년, 폭력 시위로 얼룩진 그해 대선에서 민주당은 패했다. 승자는 공화당 리처드 닉슨이었다. 반세기 전 상황이 여전히 유효할까? 그렇다면 지금 시위는 폭력적인가? 비폭력적인가? 한 달 반 남은 미 대선 항해의 종착점을 가를 조타수다.
임종주 / 워싱턴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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