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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위안 주는 '빵'

집에서 창업 '마이크로 베이커리' 붐
한인타운 다양한 빵집 골라 먹는 재미
어려운 노포 돕고자 단골들이 모금도

팬데믹 이전 LA 다운타운의 한 보석상에서 일했던 우나 오툴 씨는 지난 6월 한인타운에 '작은' 빵집을 창업했다. 먹음직스러운 통밀빵, 베이글, 파이, 쿠키 등을 직접 만들고 5~10달러에 배달도 해준다. 빵집 이름은 '와일 유어 업(While You're Up)'이지만 실제로 매장을 찾아보기 힘든 이유는 업주가 사는 아파트가 빵집이기 때문이다. 그는 "작은 아파트에서 빵과 쿠키를 만들어 판다"며 "코로나로 무급휴직 신세가 됐지만, 오히려 빵집 주인이라는 오랜 꿈을 이뤘다"고 말했다.

'와일 유어 업' 인스타그램 캡처

'와일 유어 업'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 상황에서 빵을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직접 빵을 만들면서 가정이 화목해졌다는 이들도 있고 오툴 씨처럼 집에서 구운 빵을 파는 '마이크로 베이커리'도 증가 추세다. 타운 내 빵집들도 세대교체를 하며 새로워진 한인들의 입맛을 채워주고 있으며 단골들이 나서 어려워진 동네 빵집을 위해 모금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이미 유명 베이커리로 떠오른 작은 빵집은 노스 롱비치의 '구스토 브레드'로 지난 5월 푸드 앤 와인 매거진이 선정한 전국 100대 빵집 중 하나로 꼽혔고, 라크레센타의 '제미니 베이크하우스'는 유명 빵집인 보테가 루이, 로지 브레드 등에서 일한 경력의 부부 파티시에가 쫄깃한 베이글, 부드러운 머핀 등을 선보인다.

또 팬데믹 실직자가 로스 펠리스의 자택에 문을 연 '블랙 포레스트 베이커리'는 정통 독일식 빵을 판매하며, 요리학교 강사 출신인 시작한 '샌피드로사우어도우'는 로컬 올가닉 재료만 이용한 식사 대용 빵을 이메일 주문을 통해서만 판다. 롱비치 상공회의소의 크리스틴 보스 매니저는 "지난 3월 경제 락다운 이후 신규 창업 감소세는 우려만큼 크지 않았다"며 "마이크로 베이커리처럼 팬데믹에도 끄떡없는 사업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용이 아니라도 홈 베이킹 족이 늘면서 일부 제빵용품 부족 현상은 아직도 여전하다. 대형 베이킹파우더 제조업체인 '레드스타 이스트'는 자사 웹사이트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생산하고 있지만, 요즘처럼 많은 수요는 전례가 없었다"고 원활하지 못한 공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10년 전 20여개에 달했던 타운 빵집은 현재 만미당, 케익하우스, 오페라하우스, 보스코베이커리, 뉴욕제과와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10여개로 줄었다. 빈자리는 주류사회에서 유명한 포르토스 베이커리, 라브레아 베이커리, 85도 베이커리를 비롯해 소형 디저트 숍과 브런치 카페 등이 채우며 변화한 한인들의 입맛을 만족하게 하고 있다.

영업환경이 만만치 않지만 한인 빵집들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업소 관계자는 "대형 프랜차이즈의 물량 공세에 밀려 고전하기도 했지만 살아남았다"며 "코로나로 어려운 때에 유독 추억의 맛이 생각난다며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빵 하나를 통해 업소와 고객이 상생하는 모습은 얼마 전 페어팩스 애비뉴 인근 74년 된 노포인 '다이아몬드 베이커리'를 통해 확인됐다. 업주가 지난 7월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인 '고펀드미'에 경영난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자 단골들이 나서 어릴 적 추억 등을 떠올리며 십시일반 정성을 보탰고 4만5000달러 목표 중 3만 달러 이상이 모금됐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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