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9월의 승리와 민주주의의 번영
9월 28일은 국군의 필사적인 수도탈환 작전으로 전세를 역전시켜 국민에게 부활의 감격을 준 서울 수복의 날이다.북한 김일성의 한반도 적화통일 꿈은 탱크를 앞세워 미친 듯 발버둥쳤지만 치열한 공방전이 지속되는 동안 적의 주력 부대는 아군의 지상 화력과 공중 폭격으로 소진돼 초기의 우세를 점차 상실했다. 낙동강을 피로 물들인 채 인천에 엄청난 병력으로 방어벽을 쌓았지만 김일성 군대의 전세는 기울어졌다. 백선엽 장군의 휘하부대가 낙동강에서 반격해 급기야 38선을 돌파해 북진을 단행했고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군과 우리 해병대는 9월 15일 상륙작전을 개시했다. 산더미 같은 함포사격과 내륙 깊숙이 퍼부은 융단폭격에 힘입어 아군은 한중국경인 압록강에 도달했고 최후의 저항을 하던 인민군은 대적할 기력을 잃고 패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국토통일의 문턱에서 중공군이 개입해 통일의 꿈은 천추의 한을 남긴 채 무산됐다. 바로 민족 통탄의 1.4후퇴 얘기다.
휴전 후 전쟁이 앗아간 폐허의 땅에서 한국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150달러 미만으로 세계 최빈국 수준의 가난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공산주의를 배격하고 자유민주주의를 국민이 합심해 굳건히 지키는데 성공했다. 지금과 같이 정치에서 진보니 종북이니 하는 따위의 용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 소위 적 치하 인공시대 3개월 동안 국민들은 치를 떨며 자유대한의 소중함을 피땀으로 느꼈다. 그리고 살아서 돌아온 전쟁의 영웅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다.
지난달 8.15광복절 행사에서 있었던 기념사는 광복이란 말이 무색하게 민족분열사로 망국적 편가르기에 부채질을 했다. 애국가를 친일 반역자가 작곡한 것이라며 국가를 부정하는가 하면 6.25전쟁의 영웅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반대했다. 69기의 전쟁유공자 묘지가 친일파라며 현대판 부관참사인 파묘를 위해 입법화시키려 하고 있다. 내 편이 아니면 반대편을 모두 적으로 돌리는 ‘적화놀이’는 이제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른바 일제 식민지 시대에 한반도에 태어나 선택할 수 없는 인생 경로를 살아온 세대들에게 독립운동에 나서지 못한 걸 죄라 덮어씌우고 있다. 강제로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갔던 게 죄라면 지금 이를 탓하는 사람들의 부모와 조상들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공산치하에서 부모형제까지 숙청하며 공산주의에 부역한 자들을 가려내지 않는 저의는 무엇인가.
지금 서울은 자유민주주의의 찬란한 문화도시로서 그 모습을 당당히 뽐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유수 기업들이 서울에 자리를 잡고 있고 한류 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매년 외국인들이 찾고 싶은 도시로 변화를 거듭해 가고 있다. 서울은 국제도시로서 아시아의 손꼽는 관광명소다.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했던 국군과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이 없었다면 오늘과 같은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수도는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다.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 북한의 도발은 핵무력을 더하며 계속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아직 생전에 있는 6.25 전쟁영웅들은 지금도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라는 ‘전우가’ 노래에 눈을 적신다. 세월에 시들어 어쩌면 내일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노병들은 가슴에 단 무공훈장을 자랑스러워 한다. 바로 잊힌 전쟁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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