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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앤 테크놀로지] 현대미술과 공업 안료: 합성 물감의 탄생

1928년 9월 8일 발행된 주간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에 실린 미국 듀폰의 듀코 페인트 광고(Duco Paint by Du Pont). 광고 아카이브스(The Advertising Archives)·알라미(Alamy Stock Photo)

1928년 9월 8일 발행된 주간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The Saturday Evening Post)’에 실린 미국 듀폰의 듀코 페인트 광고(Duco Paint by Du Pont). 광고 아카이브스(The Advertising Archives)·알라미(Alamy Stock Photo)

1960년대 팝 아트 등장 이후로 상업미술과 순수미술을 넘나드는 작가들이 많이 생겨났다. 제임스 로젠퀴스트(James Rosenquist) 같은 경우는 영화 광고판을 그리던 경력을 활용하여 잡지의 삽화, 혹은 영화 빌보드 같은 느낌의 대규모 회화 작업을 선보였다. 빌보드라 불리던 광고판과 로젠퀴스트 작업의 공통점은 엄청난 크기뿐 아니라 작품에 건축 재료나 공업용 도료인 합성 페인트를 사용하였다는 점이다.

유럽 및 북미 지역에서의 새로운 안료의 전파는 산업혁명 전후의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식민지 개척과 더불어 18세기경 새로운 안료와 염료들이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 전해지게 된다. 가구 제작자, 제지업자, 판화 작가, 화가 및 공예가들은 이 새로운 안료의 적용과 변색, 보존성에 관한 연구에 힘을 쏟았다. 동시에 고대나 중세에 사용하다가 인기를 잃었던 왁스 페인팅이나 에나멜 등이 다시 유행하기도 했다. 또한 지리상의 발견 이후 남미 대륙이나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을 탐험하며 수집한 새로운 식물들이 안료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19세기가 되자 공업화와 더불어 인공적인 염료를 대량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생겨났다. 오일과 섞은 안료는 공기에 노출되면 쉽게 굳어버려서 조금씩 필요한 양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섞은 안료를 돼지의 방광에 보관하면서 바늘로 작은 구멍을 뚫어서 썼다. 19세기 중엽 사진기와 함께 미술작가들에게 획기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휴대가 가능한 물감이 시판된 것이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화학 공업의 발전에 힘입어 주석(tin)으로 만든 금속 튜브에 담긴 액체 상태의 유화 물감을 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광물 등에서 추출한 색상과는 전혀 다른 네온 컬러의 밝은 색깔도 튜브 물감으로 출시되었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감은 이제까지 스튜디오에서 자체 제작한 안료를 대체하였고 레디메이드(readymade) 상태의 제품으로 판매되어 화가들은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오일 페인트는 여전히 마르는 동안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1930년대 멕시코 벽화 운동을 하던 다비드 알파로 시케이로스(David Alfaro Siqueiros) 같은 작가들은 전통적인 수채화, 유화 물감을 배제하고 화학적 도료를 회화에 사용하는 실험을 하였다. 미국의 듀폰 화학회사에서 판매하던 듀코 페인트(Duco Paint) 제품을 썼다고 하는데, 이는 1920년대 자동차 도료로 개발한 래커 페인트였다. 또한 글리덴(Glidden)과 셔윈-윌리암스(Sherwin-Williams) 같은 페인트 회사에서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시케이로스의 1937년 작품 ‘절규의 환청(Echo of a Scream)’은 합성 도료를 사용한 실험 작이다. 뉴욕 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나무에 에나멜페인트로 그렸는데, 이 에나멜페인트가 가구 및 자동차 등에 쓰이는 산업용 래커 페인트였다.



시케이로스는 뉴욕에 머무는 동안 젊은 작가들에게 실험적인 안료의 사용을 선보였는데, 그중에는 잭슨 폴록(Jackson Pollock)도 있었다. 폴록은 1950년대 초부터 듀코 페인트를 오일 페인팅 재료와 섞어서 캔버스에 뿌리는 작업을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있는 폴록의 1950년 작품 ‘가을 리듬(Autumn Rhythm: Number 30)’은 5m가 넘는 추상화로, 캔버스에 에나멜페인트를 뿌려 완성한 것이다.

새로운 표현을 꿈꾸는 화가들의 노력으로 공업 및 건축용 도료인 화학 물감이 미술 재료로 변모하면서 건물 벽면과 같은 거대한 공간이 회화적 매체로 새롭게 등장했다. 자동차나 가구의 안료가 회화의 매체가 되었다는 것은 미술작가들이 새로운 발명품에 끊임없이 자극받았고 아트와 테크놀로지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변경희 / 뉴욕주립대 교수·미술사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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