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네트워크] 트럼프 링으로 들어간 바이든
인종차별 반대시위는 재선을 향해 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일까 아닐까. 답은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이다.지난 5월 25일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 무릎에 눌려 ‘숨을 쉴 수 없다’는 외마디를 남기고 숨졌을 때 트럼프 앞날은 어두웠다.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는 구호와 함께 ‘노(No) 트럼프’ 푯말이 등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자리를 잃고, 락다운(lockdown·이동제한령)으로 두 달간 집에 갇혀 지내던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울분을 토했다.
석 달여가 지났다. 또 다른 흑인 제이콥 블레이크가 세 아들 앞에서 백인 경찰이 쏜 총 여러 발을 등에 맞고 크게 다쳤다. 가라앉았던 시위는 다시 불붙었다. 폭력 수위도 높아졌다.
사건이 일어난 위스콘신주 커노샤에서는 상점이 불타고 시위대와 반 시위대 간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그런데 이번엔 트럼프 지지율이 올랐다. 위스콘신주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에게 8%포인트(6월 25일) 뒤지다가 그 격차를 3.5%포인트(8월 31일)로 줄였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 평균)
반전 신호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나왔다. 트럼프는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에서 ‘법과 질서 수호’를 중심 메시지로 잡았다.
친트럼프 방송인 폭스뉴스가 시위대와 경찰 간 대치, 약탈과 방화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현지 영상을 반복적으로 내보내 밑자락을 깔았다. 트럼프 입을 통해 ‘시위’는 ‘폭동’이 됐다. 커노샤의 혼란을 당신 동네에서도 보게 될 것이라는 경고에 안전과 안정을 갈망하는 백인 중산층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선 결과를 사실상 결정짓는 경합주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집에서 칩거하던 바이든은 급히 펜실베이니아주로 출격했다. 대중 유세는 두 달 만이었다. “폭력은 절대 안 된다”고 외쳤다. 보름 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했으면 더 좋았을 말이었다. 법과 질서, 안전을 강조하는 선거 광고를 긴급 편성했다. 트럼프가 다녀간 위스콘신을 이틀 뒤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다. 트럼프 링 안으로 바이든이 들어간 셈이다.
상대를 내 링으로 끌고 들어올 때 싸움에서 이길 가능성이 커진다. 바이든은 18만 명 넘는 코로나19 사망자와 대공황 이후 최고 실업률, 경제 파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코로나 심판론’이란 안락한 링에서 순식간에 ‘누구의 미국이 더 안전한가’를 묻는 링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 번도 우위를 놓치지 않은 바이든이 수성할까. 트럼프가 새로운 기술을 쓸까. 대선은 이제 60일 남았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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