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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기회 삼아야” vs “한인 겨냥 표적 수사”

긴급진단: 1억불 추징금 앰비앙스 사건 어떻게 보나

2014년 마약 자금 단속 악몽 떠올려
한인 의류 업계 자성의 목소리 커져

연방 검찰로부터 한인 의류업체가 1억1800만 달러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으면서 LA 다운타운의 자바 시장이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김상진 기자

연방 검찰로부터 한인 의류업체가 1억1800만 달러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받으면서 LA 다운타운의 자바 시장이 또 다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김상진 기자

LA의 한 한인 의류 업체가 연방 검찰과 1억 달러가 넘는 추징금 납부에 합의했다. 미국 사법당국으로부터 한인이 받게 된 사상 최대의 추징금 규모로 추정된다. 해당 업체는 1999년 설립된 앰비앙스(Ambiance)로 한인타운 경제의 젖줄로 비유되는 LA 다운타운의 자바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2014년 자바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마약 자금 단속 이후 이뤄진 후속 조사 결과로 시장 관계자들은 또다시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한인 업계 종사자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불법 행위에 대한 단호한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강경론과 유독 한인 의류업계에만 가혹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충돌하고 있다. 자바시장을 6년 전 그때처럼 다시 한번 긴장하게 만든 앰비앙스 사건과 현재 의류업계 분위기를 살펴본다.

▶사상 최대 추징금 부과

자바시장의 한인 의류업계는 관련 협회와 업체 대표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향후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인의류협회의 리처드 조 회장은 “한인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면서 의류업에 종사하는 타인종에 대한 조사도 병행하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는 이번에 문제가 된 수입신고 시 실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을 기재하는 ‘언더밸류’에 관한 세미나 또는 워크숍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연방 검찰이 발표한 앰비앙스 노상범 대표의 혐의는 세금미납과 관세 탈세 등 모두 8가지로 총 1억1800만 달러의 추징금 납부에 합의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노 대표의 앰비앙스 USA와 어패럴라인 USA는 의류를 수입하면서 실거래가의 60~70%만 기재된 인보이스를 별도로 받아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내는 식으로 4년 반 동안 8200만 달러 이상을 축소했다. 또 1만 달러 이상 거래 시 재무부 보고를 피하기 위해 현금으로 결제해 소득을 누락했고, 종업원에 대한 급여도 현금으로 지급한 사례가 360차례 이상으로 나타났다. 일련의 과정에서 내부용과 보고용 장부를 별도로 관리해 온 사실도 드러났다.

연방 검찰은 노 대표와 두 회사의 자산 약 8200만 달러를 압류하고, CBP 1840만 달러, 국세청(IRS) 1680만 달러 등 합계 약 3520만 달러를 별도로 추징키로 해 추징금 총액은 1억1800만 달러에 달하게 됐다.

▶승승장구했던 앰비앙스

노 대표는 소규모 소매업을 10년 넘게 운영하다가 지난 1999년 앰비앙스 USA를 설립하고 도매업에 뛰어들었다. 해외 생산된 물량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이후 10여년 간 가장 빠르게 성장한 한인기업 중 하나로 꼽힐 정도가 됐다.

당시 대형 바이어였던 포에버21을 비롯해 레인보우, 로스, TJ맥스, 샤를로스 등과 거래했고 LA 패션 디스트릭트 중심에 경쟁사보다 10배 이상 넓은 5만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쇼룸을 마련하는 파격도 선보였다. 2010년대 초반 연간 매출 규모가 2억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최근까지는 3억 달러에 근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14년 연방 합동수사 당국의 대대적인 마약 돈세탁 관련 조사로 위기에 빠졌다. 당시 20여개 한인 의류업체를 포함해 75군데를 동시에 급습한 수사 요원들은 노 대표의 자택과 사무실에서는 현금 약 3630만 달러를 압수했다.

▶되살아난 2014년의 충격

이번에 연방 검찰과 노 대표 측은 6년 전 압수한 약 3630만 달러를 관세청과 IRS의 벌금으로 우선 충당키로 합의했다. 노 대표에 대한 선고일은 오는 14일로 합의 내용에 따르면 선고 공판 90일 이내에 1000만 달러를 납부하고, 잔액은 향후 5년간 매년 약 1400만 달러씩 분할 납부하기는 조건이다.

한인 의류 업계는 2014년 악몽에 다시 빠졌다. 그해 9월 10일 연방수사국(FBI), 연방 마약단속국(DEA), IRS와 연방 검찰 등 합동수사 당국수사 요원 1000여명은 새벽부터 한인 업소 등을 급습해 마약 관련 자금 등 1억3000만 달러에 달하는 압수물 성과를 올렸다.

2년 넘게 준비한 단속으로 수사당국은 미리 언더커버 요원들을 곳곳에 심어두고 동향을 살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카르텔이 미국에서 판매한 마약 대금을 돈 대신 옷이나 원단으로 받아 멕시코로 들여와 매입한 가격에 손쉽게 되파는 식으로 돈세탁에 악용한 점을 들춰냈다.

▶한인업계도 막대한 피해

당시 단속 과정에서 한인 2명을 포함해 9명이 체포됐고 이들 중 일부는 마약 돈세탁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집중 단속 이후 후폭풍이 더욱 매서웠다. 자바시장 20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3000달러 이상 현금 거래 시 IRS에 보고하도록 한 행정명령이 내려졌고, 잇따라 원산지 증명 조작 수사가 시작됐으며, 유명 소매업체들의 파산까지 이어졌다. 수사 요원들이 들이닥쳤던 한인 업체들도 이후 문을 닫는 곳이 속출했으며 주요 거래처인 중남미 고객들의 발걸음까지 줄면서 경영난이 심해졌다.

의류업체는 특성상 폐업과 창업을 거듭하면서 정확한 통계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강화된 규제, 줄어든 고객 탓에 텍사스, 멕시코는 물론, 베트남 등 해외로 이전한 업체가 수백개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원단이나 봉제 관련업도 위축돼 한인봉제협회 관계자는 “문을 닫거나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의류업체가 늘면서 봉제업도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사태를 보는 엇갈린 시선

현재 의류업계는 사법활동으로 이뤄진 증거와 수사, 합의 과정 등을 거쳤다는 점에서 결과를 존중하고 있다. 조 회장은 “6년 전 거액이 압수물로 나왔고 이에 대한 입증 자료가 충분치 않아 천문학적인 금액의 추징금이 부과됐을 것”이라며 “법 준수와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일벌백계로 준엄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여성복 업체 대표도 “해당 업체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 온 것은 인정하지만, 불법은 용인될 수 없다”며 “합법적이고 정직하게 버티고 있는 자바시장 업체들을 위한 중요한 교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인 업체들을 겨냥한 가혹한 법 집행이라는 불평도 나오고 있다. 익명의 한 업체 관계자는 “LA 패션 디스트릭트의 부동산 개발을 원하는 타인종 업자들의 로비에 따른 한인을 겨냥한 표적 수사가 문제”라며 “한인도 정치력을 키워 이런 로비가 통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별 업체와 한인 업계가 간과했을지 모를 원칙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들렸다. 한 여성복 업체 대표는 “2014년 단속 이후 준법경영을 한다고 노력해 왔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관행은 없는지 다시 돌아보게 됐다”며 “서류 및 회계 정리 과정에서 누락된 부분이나 위법한 부분은 없는지 전문가와 함께 재점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의류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하청업체의 법 위반 문제를 원청업체가 공동으로 책임지도록 한 법들이 도입되고 있다”며 “한인 업계는 경쟁력은 인정받고 있지만, 자칫 탈세의 온상으로 오인된다면 주류시장 진출은 외면된 채 나 홀로 고립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류정일 기자 ryu.je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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