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미국인가"…실망 역이민 급증
[토요 스토리] 아메리카 엑소더스
"더 나은 삶 위해 왔는데
팬데믹 대응 보고 결심"
상반기 시민권 포기 최다
워렌씨의 어머니는 23살 때 이민을 와서 40년 넘게 미국에서 살고 있다.
워렌씨는 “최근 어머니가 건강상 문제가 있었는데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며 “(어머니는) 팬데믹이 미국의 의료 및 보건 시스템의 맹점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에 반해 한국은 바이러스 확산을 잘 통제했고 더 나은 의료 시스템을 보유했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워렌씨는 또 “이민자들은 더 나은 삶을 위해 이곳에 왔다. 어쩌면 그 결정을 합리화하기 위해서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산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현실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 상반기(1~6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은 581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6~12월·444명)와 비교하면 무려 12배 이상 급증했다.
본지는 국세청 기록 보관소가 공개한 시민권 포기자 명단(5월 한 달 기준)에서 한인 주요 성(김·이·박)씨를 토대로 한인 이름을 추려본 결과, 56명의 한인이 시민권을 포기했다. 다른 성씨까지 합할 경우 시민권을 포기한 한인은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브 노 변호사는 “요즘 시민권 포기 절차나 영주권자가 한국에서 장기 거주할 경우 필요한 법률 자문을 구하는 한인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대부분 20~30년차 이민자들로 자녀를 다 키운 노부부나 건강 문제로 한국에 나가려는 게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팬데믹 사태와 맞물려 한인들이 역이민을 고려하는 이유는 주로 ▶의료 서비스의 질 ▶언어 장벽 ▶이민 생활의 경제적 어려움 ▶이민법 강화에 따른 애로사항 ▶노후 대책 미비 ▶노약자의 경우 자가운전의 어려움 ▶모국에 대한 향수 등 복합적 원인이 작용하고 있다.
이민 생활 35년째 접어드는 서종훈(61·세리토스)씨는 “그동안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일만 하면서 살았다”면서 “미국이 좋은 점도 많지만 이민자로서 보이지 않게 느껴지는 한계나 설움도 있었다. 이제 애들도 다 키우고 나이도 드니까 고국이 그리워서 역이민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인의 경우 은퇴 후 한국으로 돌아가는 현상은 연방정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사회보장국(SSA)이 발표한 연례 통계 보고서를 보면 현재 한국에서 소셜시큐리티연금을 수령하는 한인은 총 6817명(2019년 기준)이다. 역대 최고치다. SSA가 한국 관련 통계를 처음 발표한 2006년(732명)과 비교하면 무려 8배 이상(약 831%) 늘었다. <표 참조>
부동산 에이전트 샘 최 씨는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 부동산을 처분하려는 한인들의 문의가 많아졌다”며 “대부분 역이민을 고려한 문의”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센서스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9만1145명(전체 가주 인구의 1.8%)이 가주를 떠났다. 이는 같은 기간 가주 유입 인구(50만1023명)보다 많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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